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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좋은수필]나의 산책길 / 김진식

나의 산책길 / 김진식

 

 

 

나는 지금 숲길을 걷고 있다. 도림천변에서 보라매공원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계절이 있고 풍차가 있고 느낌을 주는 길이다. 사이사이 벤치에 앉거나 난간에 기대어 응시하는 멍청한 시간까지 더하여 한 시간 반쯤 걸리는 시간이다.

지난 가을 시작하여 여름이 되었다. 눈비에도 거르지 않았고 밤낮의 경계를 두지 않았다. 작심삼일의 버릇을 생각하면 여간 이변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건강뿐만이 아니다. 한가하고 흐뭇하고 보고 느끼고 깨닫는 길이다.

이 길은 무슨 열매달기의 밭갈이가 아니다. 한가하게 거닐며 축일 수 있으면 된다. 여유 있는 쉼터다. 바람이 깃들고 새들이 지저귄다. 나는 비어 있는 벤치에 앉는다. 찌든 삶을 씻으며 기지개를 펼 수 있다면 흐뭇한 일이 아닌가. 싱그러운 여름 숲. 날마다 대하지만 늘 새롭다.

보라매공원은 연못이 있고 숲길이 있고, 남문 동문 하며 나들이 문이 있다. 이런 공원이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공원에서는 온갖 채색의 삶을 만난다. 그 삶이 되비추며 내게로 다가온다. 나는 연못의 난간을 잡고 있다. 분수와 노래가 어울린다. 해거름이라 사람들의 내왕이 많아진다. 연인들의 다정함도 가족들의 단란함도 보이고 나처럼 거니는 사람도 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쳔변의 숲길에 들어선다. 지난 풍경이 스쳐간다. 삭막한 겨울이 봄을 거쳐 무성한 계절이 되다니…. 자연이 삶을 깨우고 있다. 여름이 아울면 가을이 올 것이다. 우수수 깊은 잠으로 돌아가는 나무들을 상상한다. 나는 왔던 길을 돌아간다. 한적한 여유로 축이며 깨우는 자국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나는 이런 숲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