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바로 보기 / 은종일
신문이나 방송이 쏟아내는 뉴스엔 갈라지고 찢어지는 갈등의 모습과 파열음을 함께 담아낸다. 타협과 소통을 모르는 막무가내 식 갈등 표출은 뉴스 너머 더 큰 우려를 증폭시키게 된다.
개인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나 동기의 모순되어 그 표현이 지지되는 현상을 갈등(葛藤, conflict)이라고 정의할 때, 오늘날 문명생활은 정서의 표현을 제한하고 충동의 만족을 제약하기 때문에 생활 자체에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요즈음 너 나 없이 갈등으로 고민하고, 갈등을 표출하고,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삶이란 바로 도전 그 자체이고, 목적이나 이상이 서로 모순되다 보니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의 성장과 발전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극복대상일 뿐이라는 것이 원론적 시각이다.
갈등에 대한 K. 레빈의 심리학적 고찰을 살펴보면
첫 번째 유형으로, 여성이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과 같은 “+사람+”형 갈등이 있고,
두 번째 유형으로, 뒤에는 호랑이가 따라오고 앞에는 낭떠러지가 있을 때와 같은 갈등으로 “-사람-”형 갈등이 있으며,
세 번째 유형으로, 시험은 합격하고 싶은데 공부하기 싫어하는 갈등과 같은 “+-사람” 형 갈등이 있다.
이상 제시한 3가지 유형 중에 갈등의 강도는 첫 번째가 가장 낮고, 두 번째가 가장 크며, 세 번째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갈등은 그 유형에 따라 각자가 갖는 개인적인 것과 여럿이 함께 갖는 집단의 것이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언제나 집단의 것이다. 근세사에서 대표적 집단갈등으로는 주저함이 없이 비국의 흑백갈등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갈등, 동서갈등, 보혁갈등, 여야갈등, 노사갈등, 노정갈등, 노노갈등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갈등들은 민족과 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하루빨리 극복하여야만 할 중차대한 과제들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 우리사회의 갈등의 정도가 과거 미국사회의 흑백갈등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20세기 끝 무렵부터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민족이냐 안보냐, 분배냐, 평등이냐 경쟁이냐 이다. 왼쪽을 빈보라고 부르고, 오른쪽을 보수라고 부른다. 민족 분배 평등 쪽으로의 기울기를 좌경화라 하고, 안보 성장 경쟁 쪽으로의 기울기를 우경화라 칭한다.
키워드별로 좌경화 쪽으로의 민족은 친북세력, 분배는 사회주의, 평등은 하향평준화로 내몬다. 우경화 쪽으로의 안보는 반공 냉정세력, 성장은 근로자 잧ㄱ취, 경쟁은 재벌독과점으로 공격을 받는다. 진로 갈등의 왼쪽 끝에는 ‘빨간 완장’이, 오른쪽 끝에는 ‘수구꼴통’ 이 있다고 서로 사사대질을 퍼붓는다.
이의 틈바구니에 낀 일반 국민만 처참하고, 나라는 결단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한다. 갈등의 해법은 없고 갈등의 노정만 자꾸 드러나니 갈등의 충돌에 익숙한 국민이지만 충졸피로감이 누적되어 이제 수용한계치에 이르렀다고 여겨진다.
그러면 이렇게 높고 깊고 다양한 많은 갈등들을 해소시킬 해법이 무엇인가? 이는 다름 아닌 국가관리 시스템을 ‘똑바로’로 고쳐 가는 길이다. 우리나가 ‘법치의 나라’로 거듭나고, 정통성을 보장하는 ‘자유민주 체제’ 아래 ‘시장경제원리’ 의 틀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나라로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 국가적 현안은 언제부터인가 헌법, 자유와 민주체제, 시장경제 등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 를 흔들고 홀대하고 우습게 여기면서 생긴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 핵심가치에 대한 단호한 긍정이 ‘똑바로’ 에로의 출발점이다.
이 나라 구성원인 모든 국민이 나라의 핵심가치 구현을 나라 살리기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거듭남만이 그 해법으로 보인다.
갈등을 확대재생산해 온 당사자로서 ‘네 탓이오’ 가 아니라 ‘내 탓이오’ 라는 참회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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