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화풍地水火風 / 문상열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며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아니한다. 인생이 꿈같음을 깨달을 때 육체는 흙으로, 정신은 바람으로 사라진다. 잠깐 머무는 것일 뿐, 생각에 따라 길고 짧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늙으면 지상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는다. 쭈글쭈글해진 등살을 서로 긁어 주고 있노라면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 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기보다 오래되어 속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싱그러운 나뭇잎들에 어느새 단풍이 들어 한 순간 부는 바람이 이마에 닿을 때 낙엽이 되어 함께 떨어진다. 황혼의 찬란한 슬픔, 삶에서 소외된 노년기의 고독을 함께 나눈 사람도 떠나고 자취 없이 사라질 뿐이다.
‘지는 해가 더 아름답다’ 한다. 인생은 한 조각 뜬구름으로 실체가 없고, 수백 년 무성한 송백도 시들면 땔감이 되어 한줌의 재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이다. ‘회자정리는 우주의 철칙이요, 낙엽은 귀근會者定離 宇宙鐵則, 落葉歸根’이란 말이 있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 모든 물질은 헤어짐의 종말이 있고 떨어진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우주의 철칙이란 말이다. 나와 인연한 모든 분들도 종말에는 혼자가 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그러니 사후의 사람들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존중하는 예의를 다해야 한다. 화장장과 납골당 시설이 인가 근처에 오는 것을 꺼려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에 대한 혐오감이 심하다. 생활이 복잡다양해지고 전문화 되면서 과학의 눈부신 진전은 수명연장과 삶의 질에 향상을 가져왔지만 행복론이 대두되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은 짙어져간다.
지수화풍으로 돌아가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참 효도가 아닐까 싶다. 옛말과는 달리 처갓집과 화장실은 가까이 있어야 좋다. 마찬가지다. 사후의 영혼도 가까이 모시는 것이 인륜이고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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