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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2

[좋은수필]행복한 삶 즐거운 삶 / 전상준

행복한 삶 즐거운 삶 / 전상준

 

 

 

뜰에 동백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겹꽃이라 보기 좋습니다. 가난하게 살아도 이른 봄에 남보다 먼저 빨간 동백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또 있습니다. 대문 옆에 서 있는 목련 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다사로운 햇살 속에 꽃봉오리가 순수하게 보여 엄숙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작은 것에서 보람을 찾으며 남보다 못 가진 허전함을 달랩니다.

 

겨우내 텅 비었던 놀이터에 아이의 수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봄은 그들의 친구인가 봅니다. 집에만 있던 아이들을 자꾸 불러냅니다. 봄볕 속에 뛰어노는 얼굴이 동백이나 목련 꽃처럼 신선해 보입니다.

 

어제는 팬지꽃 몇 포기 사와 뜰에 심었습니다. 심은 곳이 지난가을 낙엽을 모아 묻어 두었던 곳이라 거름 냄새가 확 났습니다. 봄에 맡는 퇴비 냄새라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정성을 들여 심고 물까지 충분하게 주었으니 우리 집에 넉넉한 봄을 가져다주겠지요.

 

다가오는 일요일에는 고향에서 함께 자란 붕우 몇을 초청해 동백꽃을 바라보며 마주 앉아 목련꽃 같은 순백의 정담을 나눌까 합니다. 동백과 목련의 꽃 얘기가 끝나면 눈길을 대문 위로 돌려 개나리의 노란 이야기도 할 것입니다.

집 주위의 봄 이야기가 끝나면 고향을 찾을 테지요.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산수유의 노란 꽃을 떠올리고, 뒷산에서 필 연분홍 진달래와 과수원의 복숭아 꽃 얘기도 하겠지요. 이렇게 고향 마을의 봄꽃을 예찬하는 사이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것입니다. 뜰에서 솟아나는 새싹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꿈과 현실을 생각하며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논하게 되겠지요.

 

봄이 사방에서 흥건하게 다가와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땅속의 씨앗에 움을 틔우고 나뭇가지 끝에 초록의 싹을 만듭니다. 가슴속에 감추어둔 꿈과 사랑도 찾게 합니다. 현실이 이상과 달라 가슴 아플지라도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 있어 행복합니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봄이 주는 선물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벚나무에는 연분홍이 개나리꽃에는 연노랑의 안개가 아롱거립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다른 의미로 삶의 의욕을 돋워 줍니다. 우리는 힘차게 봄을 달리며,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며 꿈과 행복이 가슴속에 있음을 확인할 것입니다.

 

집 뜰이나 주위의 빈터에 봄이 지난 후에도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게 꽃씨를 심는 여유도 가질 것입니다. 남몰래 심은 꽃씨가 희망으로 다가와 내게 웃음을 선물할 때 삶이 행복하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정말 인생은 봄이 있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