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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좋은수필]별을 그리며 / 허경자

별을 그리며 / 허경자

 

 

 

하나가 떨어졌다네.

끝없는 호기심으로,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세기의 신문명을 창조하며 현존하던 신화!

도전할 줄 아는 실천의 용기에 이 세상이, 내 삶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지.

오래 전, 사실 그는 원치 않은 아기로 태어났었네.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로 인하여 한 여인이 그를 홀로 낳았던 것이지. 그리곤 일주일 만에 입양을 시켰네. 단지 대학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네. 그러나 청년이 된 그는 힘겹게 모은 양부모의 돈으로 공부를 할 수 없어 6개월 만에 그만두었지. 그리곤 동네 형과 창고에 들어앉아 무언가를 만들었다네. 그것이 세상을 놀라게 한 매킨토시라는 개인 컴퓨터였고 이로 인해 그는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섰지. 이것이 애플 신화의 시작이었네.

그러나 인간의 생은 예측을 불허하나 보더군. 새로운 제품의 실패로 회사에서 쫓겨났으니 말이네. 하지만 그는 넥스트라는 회사로 재기하여 또다시 애플의 구원 투수로 돌아왔지. 단추 키가 없는 아이팟에서 한 번의 터치로 끝나는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신화를 재창조하면서 말이지. 그 비결은 한 가지였네. 더하기보다는 빼기를, 붙이기보단 떼어내기로 단순화시킨 그만의 차별화였지. 더 이상 제거할 수 없을 때까지 요구했으니 말이네.

나도 아이폰을 쓰고 있다네. 아마 사용자보단 애호자라는 표현이 맞을 게야. 젊은이들이 스타를 보고 열광하듯 나는 손안에 펼쳐지는 신세계에 빈번히 열광하니 말이네. 잠시 닿은 중년의 무딘 손끝에 스피디하게 반응하는 콘텐츠가 무척이나 경이로웠지. 한 뼘도 안되는 작은 기기 하나가 고루하고 갑갑했던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하게 만들어냈네. 언제 어디서든 손바닥 안에서 이뤄지는 탄력적인 소통과 몸서리쳐질 정도로 깔끔맞게 정리할 수 있는 일 처리의 편리함.

그것은 잡스가 준 선물이었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방황했던 쉰세대에게 새로운 충만감을 안겨 준 세기의 신문명이었지. 만유인력만큼이나 세계를 진화시킨 혁신의 원천!

한입 베어 문 사과가 던져 준 마력 같은 것이었다네.

그러나 그는 떠났네. 버려진 아이, 독선적 보스, 악마적 천재 등 그를 향해 세상이 쏟아낸 갖가지 말의 상찬 속에 드라마틱한 생을 마감하였지. 겨우 쉰여섯의 나이에 말이네.

항상 갈망하라, 끊임없이 우직하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언제나 외쳤던 그 구호에 가슴이 시리네. 만인이 두려워하는 죽음 앞에서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신제품이 나오면 구제품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이네.

올가을, 나는 그로 인하여 또 하나의 꿈을 찾게 되었네.

반백의 나이에 다시금 도전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지.

땡큐잡스! 앤드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