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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좋은수필]꿀벌 / 문희봉

꿀벌 / 문희봉

 

 

 

누구나 잘 하는 것 한 가지는 부여 받고 태어난다. 아주 잘 하고, 조금 잘 하고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신의 소질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자신의 소질이 어느 분야인지를 알아낸 다음에는 그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 성공의 지름길은 바로 자신의 소질 분야에 끈질긴 노력을 투입하는 일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한다. 최선을 다한 결과는 아름답다. 노력 이외에 다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어떤 싸움이건 승부를 결정짓는 건 패기와 투지다. 연습이나 노력만큼 위대한 것은 없다.

인격을 수양하고 도를 닦는 일에 학교의 간판이 필요하지 않다. 화려하면서도 진하고 상큼한 향이 나는 겉멋을 중시하는 간판보다는 수수하면서도 속이 꽉 찬 실속 있는 간판이 낫다.

성미 급한 농부들은 보리를 파종하고 곧바로 수확하려는 우를 범한다. 튼실한 열매를 보장 받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씨를 뿌린다. 햇빛과 수분과 온도가 적절한지에 대하여 유념하는 일도 중요하다. 뿌리가 동해를 입지 않도록 밟아준다. 보리 주위에 기생하는 잡초 제거에도 신경 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벌레를 잡기 위한 약의 살포도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깜부기도 뽑아준다.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보리와 시간을 같이 하며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

서넌 살밖에 안 됐는데 어린이집에 가서 놀이 대신 학습에 열중해야 하는 유아들은 괴롭다. 아니, 괴로운 것 자체를 모를 것이다. 애기 단풍잎만한 손가락으로 건반을 힘들여 쳐야 하는 유아들은 괴롭다. 이제 엄마, 아빠란 말을 간신히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아엠 어 보이, 아엠 어 걸를 익혀야 하는 유아들은 괴롭다.

에디슨은 2,000번의 실패 끝에 전구를 발명했다. 그는 그 2,000번의 실패를 실패라 생각하지 않았다. 전구를 발명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건전한 생각인가 말이다. 그것뿐인가? 타자기도, 축음기도, 라디오도, 전기기관차도, X선투시기도 그의 손에 의해 발명된 것들이다.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자동차 왕에 오른 포드도 그렇고, 곤충학의 대가로 추앙 받는 파브르도 그랬다. 오직 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성공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버린 사람들이다.

자신의 날개가 작다는 걸 모르고 수없는 날갯짓을 하다 보니 결국 날게 되었다는 꿀벌이다. 날개가 작다는 걸 미리 알고 포기했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진화되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절망에 빠질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사용하는 말이다.”라는 것을 꿀벌은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꿀벌은 1g의 꿀을 얻기 위해 무려 200여 곳을 들른다고 한다. 그런 꿀벌이지만 주위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난겨울의 강추위로 많은 벌들이 고사했다. 자연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꿀벌, 그들의 조직을 잠시 들여다본다. 산란 임무만을 수행하는 여왕벌과 벌집방의 청소, 유충 보육, 꽃꿀이나 꽃가루 수집 저장, 파수병 역할을 담장하는 일벌, 여왕벌과의 교미로 종족 전파가 유일한 역할인 수펄이 있다. 그중 꿀의 생산에 동원되는 것은 일벌뿐이다.

일벌의 살신성인 정신에 고개를 숙인다. 평생 허리 휘는 것 상관 않고 식솔들을 위해 치선을 다하는 일벌의 봉사철학에 고개를 숙인다.

1t의 생각보다 1g의 실천이 중요하다. 1%의 재능과 99%의 노력이 결합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일벌은 오늘도 작고 가녀린 날개 퍼덕이며 꽃을 찾아 열심히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