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수필]커피 / 인민아

커피 / 인민아

 

 

저녁 산책길에 만난 고양이 한 마리 무엇인가 주워 먹다가 내 눈과 마주치자 후다닥 숨는다. 수풀 사이로 살짝 내민 꼬리가 나뭇가지처럼 흔들린다. 엊그제 TV다큐 영상에서 본 인도네시아 긴 꼬리 사향고양이의 슬픈 눈망울이 클로즈업 되어온다. 비좁은 우리 안에 갇혀서 강제로 커피 열매를 먹으며 배설물을 만들어 내느라 힘겹게 살아가는 가엾은 고양이의 모습이 스쳐온다.

 

사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동물 학대의 산물인 똥 커피는 희소성 가치가 되어 사람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최고급 루왁 커피로 탄생한다. 예민하게 발달한 인간의 후각 미각은 사향고양이의 소화 기관에서 배출된 특별하고 독특한 맛에 흥미를 느낀다. 이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기는 커피 마니아들은 최상의 값비싼 커피를 마시면서 사향고양이 눈물인 루왁커피의 진실을 아는가.

 

길들이지 않아 들판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먹이 사냥하는 한국의 야생 고양이가 행복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다는 음료 중의 하나인 커피. 특출한 커피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맞는 이들과 감소를 나누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생활인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음악과 더불어 영적 필요를 채워주는 차와 커피는 힐링음료임에 틀림없다. 카페인의 쓴맛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각성 효과가 있어 심신의 피로를 덜어준다. 쌓인 스트레스를 산뜻하게 다스려주는 개운한 맛은 잠시 청량음료가 되기도 한다. 위장을 부드럽게 적셔주는 따끈한 커피 한 잔.

아메리카노, 달콤한 밀크커피, 카페라떼, 에스프레소.

국민음료 커피 한 잔은 우리에게 여유와 풍미를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