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흔들다 / 감아가다
영국의 성공회 지도자가 북극선교에 나섰다. 북극에는 성서변역집이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그는 북극 사람의 정서에 맞는 성서를 번역하기 시작했다. 성서를 번역하다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언어에 “즐겁다”, “기쁘다”라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북극인 삶 자체가 얼어붙고, 힘들고 여유 없는 삶이었으니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그가 북극인에게 기쁘고 즐거울 때 어떻게 표현 하는지 물어보았더니 ‘꼬리를 흔든다.’고 했다. 문화와 정서가 다른 삶에서 곤혹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요한복음의 성서 구절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을 때 제자들이 꼬리를 흔들었다.”로 적었다. 마치 집에서 기르는 개처럼 말이다. 왜 개가 생각이 날까. 썰매를 끄는 개는 북극인에게 유일한 교통수단이 아닌가. 주인과 개는 떨어질 수 없는 상관관계이다. 사람은 개를 아끼며 사랑해 주고, 개는 주인을 향한 충성으로 꼬리를 흔들면서 서로 기뻐하지 않을까. 조금도 기울어짐 없이 수평관계 안에서 가식 없는 최고의 애정표현이다.
북극을 다녀온 주교는 ‘꼬리를 흔들었다’는 문장이 가슴 깊은 곳에 새겨졌다. 어느 강연장에 초대되어 강연을 마친 다음 최대한 감사의 표시로 여러분에게 꼬리를 흔든다고 말해서 강연장은 웃음이 폭발했다. 말 한 마디로 그의 인기는 대박이 나서 영국 곳곳에 초청 강연을 다녔다.
우리도 ‘꼬리를 흔든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순수성이나 아니면 원색적인가로 뜻이 달라진다. 순수성을 말하자면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다닐 때, 또 친구를 만나 반가울 때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폴짝거리며 기뻐한다는 뜻이다.
친교와 소통으로 본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아름다운 말이다. 내가 즐거우면 상대방도 덩달아 즐겁지 않으랴. 즐거움이 때가 되면 시너지 효과로 표정도 달라지고 온몸의 세포도 살아 움직인다.
우리 집 강아지 쫑이도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외출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녀석의 꽁지 떨어질까 겁난다. 저리도 좋을까. 기실 저놈이 날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잠재워주고 밥도 주며 가끔 산책도 데리고 나가니 나를 배신하면 살아가는 데 지장이 있음을 아는 모양이다. 동물도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데 하물며 인간임에랴.
내가 살아가는 힘은 오로지 그분을 향해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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