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坐不安席) / 노덕경
오는 O월 OO일은 대학수능시험이다. 시험 날만 되면 으레 기온이 내려가 몸과 마음까지 움츠리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얼어붙어 있는데 수험생과 부모들은 가슴을 조인다.
전 국민이 시험을 치르듯 귀와 눈이 수험장에 쏠리고 있다. 수능일 까지 얼마나 많은 자유와 욕망을 묶어두고 수능시험에 매달려 왔던가. 수험생을 둔 가정에는 살얼음을 걷듯 살아왔다. 목적을 위해 모든 욕망도 유보해야 했다. 4당 5낙이라 했던가. 잠자는 시간마저 줄이며 공부에 매달렸다.
우리나라만큼 교육열풍에 매달리는 나라도 없다. 오직 내 자식만은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신분상승이라는 인식으로 고등학교부터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등 특목고로 보내기를 원하고 졸업하고는 특목고와 연관이 없는 일류대학의 사법, 치의학, 쪽으로 몰리고 있다.
수능시험 한 문제라도 더 맞아야 한다는데 치중하고 고액과외 일류학원 재수강하고자 야단이다. 시골에서는 대도시로 대도시는 서울로, 서울은 강남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서 빈익빈 부익부로 전세대란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우리들이 태를 묻고 자란 고향에서는 너도나도 자녀교육 때문에 대도시와 서울로 떠나 시골이 폐허가 되어가고, 일부 부유층은 어린애를 이끌고 조기유학 길에 오르고, 그르지 못하는 부모는 좌불안석이다.
집집마다 남과같이 공부시킨다며 초등학교부터 시간의 쇠사슬에 묶여 밤늦게 까지 여러 학원으로 끌려 다녀 씩씩하게 자라야 할 어린이가 운동과 수면부족으로 누렇게 떠 파김치가 된 얼굴을 바라보며 애처롭다 못해, 부모는 모든 것을 대신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근자에 조기유학으로 기러기 아빠 무리가 늘어난다.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인지 자식들의 삶을 위해 노예가 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농부가 한 알의 곡식을 추수하기 위하여 봄에 밭을 갈고, 씨 뿌리고, 물주고, 거름 주고, 정성을 다할 때 봄이면 새싹이 돋고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에는 열매를 주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해보자.
나무수종에 따라 잎, 꽃과 향기가 다르듯 어린이도 각자의 두뇌, 신체, 개성 특성등 주변의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자란다. 부모의 욕심에 빨리 꽃을 피우려고 물주고 거름 준다고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는 없다. 나무의 수종에 따라 염색체가 다르고 환경에 따라 적당한 햇빛과 영양분이 있고 시간이 흘려야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어린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꽃을 피우라고 닦달을 하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하지만 원하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자녀들은 꿈나무들이다. 창공을 향해 아름다리 나무로 크게 자랄 묘목과 같다. 아이는 부모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여 당당하게 자라서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 되고 자신의 성취감을 얻는 인격체로 성장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들이 따뜻한 사랑과 대화로 인격체로 인증하며
“공부하느라 수고가 많지 우리 아들! 우리 딸! 오늘도 수고했다.” 너를 믿어 최선을 다해보자.“
부모는 칭찬해주고 부모가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면 그들은 곧고 바르게 아름다리 나무로 자라 사람들의 그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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