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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5

[좋은수필]배롱나무 예찬 / 노덕경

배롱나무 예찬 / 노덕경

 

 

 

만물이 새싹을 틔우는 봄이다. 벚꽃,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목련이 봄소식을 전한다. 자주 산책하는 공원의 배롱나무는 어인 일인지 새순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겨울에 얼어 죽었는지, 가뭄에 말라죽었는지.

해미다 문학 동아리에서는 문학기행을 간다. 지난해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으로 정했다. 관광버스 두 대로 중앙고속도로를 달려 남 안동IC에서 내린다. 배롱나무 꽃으로 유명한 명소요, 길에 배롱나무 꽃 가로수가 만개하여 바람에 하늘하늘 가지를 흔들며 객을 맞이했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선생과 아들류진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서원의 모태는 풍악서당豊岳書堂으로 고려 때부터 안동부 풍산현에 있었는데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 고장에 왔을 때 공부하는 유생들을 위해 하사한 토지에 서당을 세웠었다.

조선조에 류성룡이 지금의 장소로 옮겼고,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1613(광해 2) ‘류성룡선생의 제자들이 업적과 학덕을 기리고자 사묘인 존덕사를 짓고 향사하여 서원이 되었다. 병산서원이라는 사액은 철종 1863(14)의 일이며 1868년 대원군이 대대적으로 서원을 정리할 때에도 철폐되지 않은 곳이다.

병산서원의 구성은 한국 서원건축의 백미로 전형적인 배치다. 서원 정문인 복례문을 지나면 광연지연못이 나오고 입교당은 수업하는 강학당으로 가운데 뒷문을 개방토록 지어졌다. 강당 앞쪽으로 좌우에 동재와 서재가 있고 강당 뒤쪽은 전사청과 장판교를 두었다.

서원 주변에 배롱나무 꽃에 흠뻑 취했다. 지난해에 유난히 가뭄과 날씨가 더웠다. 찜통 더워 속에 밟아도 생명력이 강한 잔디들도 가뭄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배롱나무 꽃은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꽃이 화사하고 매력적인 배롱나무 꽃이 흐트러뜨리고 한창이었다.

배롱나무는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小暑 들어 꽃망울이 나오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배롱나무는 일명, 목 백일홍이라 부른다. 학명으로 도금양목 부쳐 꽃과에 속하고 낙엽이지는 활엽수 소목이다.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며 굵은 가지보다 잔가지가 많아 쉽게 키울 수 있다. 나무의 키가 낮게 자라고 나무껍질은 연한 갈색이며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며 흰 무늬가 생긴다. 꽃은 암수가 다른 그루로 7-9 월에 가지에 원추리 꽃차례로 달리고 붉은색과 진보라, 흰색이 피며 꽃잎은 6장으로 둥글며 주름이 있고, 열매는 10월에 타원으로 익는다.

몇 년 전, 문인협회의 톱아보기 기행에서는 근교 배롱나무 꽃으로 풍경이 좋다는 달성군 하빈면의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하목정으로 갔었다. 하목정은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 의병장이었던 낙포 이종문이 이른 아침 강물 위의 피어오르는 물안개, 그 위를 날아가는 따오기의 모습이 아름다워 노을 하, 집오리 속의 목, 을 넣은 하목정霞鶩亭. 고택이 자형 평면, 앞면 4, 옆면 2칸 여덟팔자 팔각지붕 건물과 배롱나무의 예쁜 꽃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일반서민들은 건물을 지을 때에 부연을 못하도록 되어있다. 하목정은 인조 임금이 왕손으로 능양군일 때 이곳에 머물다 간 일이 있어 지붕 석가래 위 부연婦椽을 달도록 했었고, ‘하목정이라는 당액을 하사받았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에는 지난밤에 바람이 많이 불었는지 담장과 마당에는 배롱나무 붉은 꽃이 떨어져 향기가 진동했다. 배롱나무는 한 송이가 백일 간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송이가 차례로 피고 지고 한다. 사람이 보기에는 오랫동안 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배롱나무 껍질을 긁으면 가지가 흔들린다고 해서 파양수帕瀁樹 간지럼 나무라고도 하고, 잎은 자미紫薇 , 꽃은 자미 화, 뿌리는 자미 근이라고 부른다.

배롱나무는 만성晩成나무라, 전지剪枝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선비들로부터 사랑받는 나무로 유명하다. 근자에 조경나무로 관리가 싶고 병충해에도 강하고, 햇볕이 강하게 내려 쬐이는 여름에 꽃이 한층 돋보인다.

내가 대학에 근무할 때 캠퍼스에 시설 조경을 해야 했다. 그때 관리하기 쉬운 나무를 찾다가 배롱나무를 알게 되었다. 식재를 해놓고 보니 의외로 수형이나 꽃이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꽃을 피워 캠퍼스를 붉게 물들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배롱나무는 저희들끼리 모아 식재하여야 시샘을 하여 잘 자란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근자에 조경나무로 관리가 싶고 병충해에도 강하고, 햇볕이 강하게 내려 쬐이는 여름에 꽃이 한층 돋보여 관공서 공원, 학교, 성지, 심지어 지방의 가로수로 식재되고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수종이이 되었다.

반면에 가정집에 심지 않는 나무로 첫 번째가 배롱나무다. 그 이유는 꽃은 오래 피우면서 스스로 번식은 못하는 식물이다. 사람이 심지 않으면 번식을 할 수 없는 나무다. 가문의 대가 끊긴다는 속설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취향도 변한다. 배롱나무 꽃이 흰색에서 분홍색 자색 등 다양하게 피고 공원이나 산책길, 가로수 등 어디서나 친숙하게 만날 수 있고 특히 한여름에 다른 식물과 꽃들은 시들고 건사하기 힘들 때에 배롱나무는 100일 동안 다양하고 화사한 꽃을 피워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니 나무 중의 으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