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욕 / 김성문
인간의 소유욕은 어디까지인가.
법정 스님은 “세상 만물은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우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눔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수평으로 보고, 가진 것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눔의 실천을 말한 것 같다.
우리 문중에는 대지, 건물, 논, 밭, 산 등이 있다. 이러한 부동산 중 어떤 부동산은 조상 몇 명 앞으로 부동산 등기가 되어 있다. 실제 소유자는 문중이다. 그런데 이를 문중 앞으로 이전 등기하려니까 문제가 생겼다. 상속권이 있는 후손들이 동의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문중은 하는 수없이 법의 힘을 빌려야 해결할 형편이라서 소송을 했다. 그런데 소송을 한 부동산이 논이라서 문중 앞으로 이전 등기가 안 된다고 한다. 현행 법규상 문중은 농부가 아니라서 논과 밭을 직접 경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중은 지금 원 소유자들이 매매할 수 없도록 가처분 결정을 받아 둔 상태이다. 문제는 가처분 결정을 받아 둔 논을 팔아서 대지나 임야 등 문중 앞으로 이전 등기할 수 있는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결의했다.
그런데 가처분 결정을 받아 둔 부동산도 등기부 상으로는 조상 몇 명이 소유권자이므로 문중이 매매할 수가 없다. 고민을 하던 중 부동산 취득 특별 조치법이 생겼다. 이 법에 따라 문중 대표에게 넘겨 판매하기로 결의했다.
사망한 조상들의 상속권을 가진 후손들이 이백여 명이나 된다. 주소를 아는 상속인도 있고, 현재 어디에 거주하는지 연락처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상속인 중에는 두말없이 동의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은 우리 조상이 소유권자였고 내가 상속인인데 못해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 차례 설득 끝에 모두 동의는 받았지만, 소유욕이 대단했다.
친구 모임에서 시간도 때울 겸 문중의 부동산에 관한 주제를 슬쩍 던지니 너도나도 한마디씩 한다.
“말도 마라, 우리 문중은 보상금을 받은 돈의 분배 이견으로 싸움이 벌어져 문중 대표가 심장 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우리 문중은 등기부상 부동산 소유권자가 3명이 있다. 두 명은 실명이고, 한 명은 가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실명으로 되어 있는 후손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중이 권리 행사를 못 하고 있다.”
옛 조상들이 문중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 못하도록 가명으로 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는 금융거래나 부동산 거래가 모두 실명제라서 이루어질 수 없는 시대이지만 그때는 가능했다. 아마도 조상들은 공동의 물건에는 욕심을 부리지 말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후손들은 조상의 마음도 모르고 욕심을 부리는 후손도 있다. 이는 모두가 소유욕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소유욕은 착각에 빠진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고 주인인 척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땅속으로 돌아간다. 오히려 땅이 우리를 소유하므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오래전의 일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손가락에 있는 반지와 손목에 있는 시계를 자주 빼고 손을 씻는다. 어느 식당에서 모임을 마치고 나올 무렵 화장실에 가서 반지를 빼고 손을 씻었다. 깜박 잊고 그냥 나왔다. 내가 기억했을 때는 이미 반지는 사라져 버렸다. 가져간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의심하는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인간은 견물생심의 마음이 존재한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니 소유욕이 발동했을 것이다. 내가 소유했던 물건인데 아까운 마음이 한동안 계속됐다.
한 번은 운동장에서 시계를 끼고 땀이 나도록 운동을 한 후 수돗가에 벗어 두고 손을 씻었다. 그런데 손을 씻는 도중에 호주머니에 있는 조그마한 휴대폰이 진동으로 온몸을 놀라게 했다. 황급한 용무였다. 시계는 생각도 안 하고 용무 처리로 한참을 달리다 시계 생각이 났다. 나는 자동차를 돌려 손을 씻은 수돗가에 가니 시계가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움은 어릴 때 시장에 간 부모를 기다리다 만난 기분이었다. 그 당시 부모는 시장에 가면 내가 필요로 한 것들을 사 오기 때문이었다.
나는 반지와 시계를 착용하지 않는다. 분실 후 새로 마련한 반지는 나의 방 서랍 속에서 주인을 한없이 기다렸다. 다른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금 시세를 보니 한 돈에 오만 원 하던 것이 갑자기 십만 원 이상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 당시 팔아버렸다. 그런데 금값은 계속 올라 지금은 삼십만 원 정도 한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제 시계는 휴대폰이 대신해 주기에 서랍 속에서 긴 수면에 들어가 있다. 나중 어떤 주인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나 깨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소유욕은 자기 욕심이고 질투심이다. 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절제하고 질투심은 아예 안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물건의 경우 꼭 필요한 것은 소유해야 하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는 것이 진정한 소유욕이 아닐까 싶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만큼은 흉내도 못 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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