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 돼! / 무라카미 하루키
몇 가진가의 사소한 행운이 잇달아 일어나는 일이 있다. 그런 하루가 있다.
예를 들면 스톡홀름에서 렌트카를 빌렸을 때가 그랬다. 호텔까지 차를 보내 주었는데, 사브 9-3의 번쩍이는 새 차였다. 계절은 5월, 하늘은 스칸디나비안 블루로 맑게 개었다. 고속도로를 곧장 남쪽으로 달리다가 도중에서 시골의 근사한 호텔을 발견하면 며칠 머물다가 페리를 타고 차와 함께 덴마크로 갈 계획이었다(지금은 다리가 개통되었지만, 이때는 아직 페리가 우아하게 왕복하고 있었다). 좋겠지! 그곳에서의 일도 마침 끝나서 우리는 상쾌한 기분으로 이 장거리 드라이브를 시작하려고 했다.
아침 일찍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차 시동을 걸고(부릉!) 시가지를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수동 변속기는 마치 따뜻한 나이프로 버터를 자를 때처럼 매끄럽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아침을 한 다스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이 날 아침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도중에 아름다운 호수 언저리의 레스토랑에서 샐러드와 생선 요리를 먹고 남하를 계속했다. 도로변의 신록은 신선하고, 사브 엔진은 카 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포스트호른 세레나데”에 맞춰 경쾌하게 노래했다. 아름다운 하루다. 그러나 하필 그곳에서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현실이라는 간과할 수 없는 주머니 속에서 깜박 잊고 빨지 않은 3주 전의 테니스용 양말을 꺼낸 것처럼 찜찜한 의문을 한 꺼냈다.
‘있잖아요, 그런데, 여권이랑 여행자 수표랑 항공권 갖고 왔어요?’
‘……’
여권과 여행자 수표와 항공권?
그렇다, 나는 귀중품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어 호텔 금고에 맡기고 체크아웃할 때 잊어버리고 그냥 온 것이다. 이미 스톡홀름에서 250킬로미터나 남쪽으로 와 버렸는데…… 시간은 벌써 세 시에 가까웠다. 내가 깊은 한숨을 쉬며 길가에 차를 세우자, 마치 기다리기나 한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갔다.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우 스톡홀름의 그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완전히 저물어(시내에 들어서서부터는 길을 잃고 헤맸다), 피로와 허무에 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행운이 한꺼번에 거듭된 뒤에는 반드시 그 반향이 돌아온다. 인생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정말.
지금도 스웨덴 지도를 보면 그 날 그 사건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호사다마야.’ 하며 새삼 생각한다. 스웨덴도 그런 일로 내 기억 속에 남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권남희역 무라카미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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