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무라카미 하루키
<피플>에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TV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기사를 보았다. 주연은 앤 마그렛이다. 비비안 리와 말론 브랜도가 출연한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넋을 잃고 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에 대한 평판은 좋지 않다. 이미 훌륭하다고 정평이 난 영화가 있는데 굳이 TV드라마로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런 의견에 대해 앤 마그렛은 지극히 명쾌한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리메이크하면 안 된다는 거죠? 영국인은 <햄릿>을 매년 리매이크하잖아요?” 듣고 보니 이치에 맞는 말이다. 더구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대단한 내용의 연극도 아니지 않느냐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의견일 뿐, 여기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을 터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리메이크에 관해서는 이것 말고도 실베스타 스텔론을 주연으로 다시 영화화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니, 이 또한 ‘……’이다. 실베스타 스텔론이라니!!
앤 마그렛 주연의 TV판으로 이야기를 되돌리면, 상대역에는 <프린스 오브 더 시티>에 출연했던 트리트 윌리엄스가 뽑혔다. 이번 TV판에는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영화에는 담을 수 없었던 동성애에 대한 언급과 강간 장면도 등장한다고 한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죽기 직전에 TV드라마화에 동의했는데, 그는 원작료 75만 달러(!!)와 캐스팅 및 감독의 승인권을 요구했다. 윌리엄스는 앤 마그렛과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그녀라면 괜찮겠다며 승낙했다고 한다. 나 같으면 원작료를 75만 달러나 받는다면 브룩 실즈와 폴 사이먼을 주인공으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촬영한다 해도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앤 마그렛은 테네시 윌리엄스를 직접 만나 보지 못해 아쉬워한다. “내가 출연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화요일이었는데 금요일 아침에 돌아가셨지 뭐예요. 세상에…….”
그러나 이 TV판이 과거의 영화판을 능가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촬영장에 구경 온 사람들은 모두 “저기요, 도대체 누가 말론 브랜도 역을 합니까?” 라고 물으니 말이다. 결국 이 연극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들 말론 브랜도의 얼굴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윤성원역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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