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의 매 / 무라카미 하루키
얼마 전, 이른 아침 시간에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조깅하다가 저수지의 철망 위에 앉아 있는 한 마리 매를 발견했다. 매 같은 것은 동물원 우리 속에서밖에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것도 산 속이 아니라 뉴욕 한가운데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매였다. 틀림없었다. 나는 한참 동안 멈춰 서서 그 윤기 나는 정한(精悍)한 날개와 차갑고 와일드한 눈동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뉴욕에 가면 대체로 이스트 사이드나 센트럴 파크에서 가까운 미드타운에 호텔을 잡는다. 지역적으로 말하면 사실은 좀더 아래쪽의 서점이나 중고 레코드 가게들이 밀집한 동네나 소호 주변 쪽이 내 기호에 맞지만, 아침에 센트럴 파크를 달리는 매력만큼은 못해서 결국 업타운 방면에 숙소를 잡게 된다. 만약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없었더라면, 그다지 그 도시에 가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조차 들 정도이다.
잘 몰랐지만, 내가 발견한 매는 상당히 ‘유명인’인 것 같다. 매는 대체로 깍아 세운 듯한 단애절벽(斷崖絶壁)에 둥지를 트는데, 뉴욕 고층 빌딩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단애절벽’ 같은 것이고, 센트럴 파크에는 작은 새며 다람쥐 같은 먹이들이 많다. 그런 이유로 이 매는 대도시 한가운데서 유유히(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부부가 같이 살며 새끼들도 키우고 있는 것 같다. 먹이가 되는 다람쥐나 작은 새들은 ‘어어, 어떻게 된 거야!’ 하고 황당해할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것이 자연이다. 어쩔 수 없지.
마천루 처마를 빌려서 둥지를 만들고 있는 뉴욕의 매, 멋있지 않은가. 동경스럽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극단적인 고소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도저히 그런 높은 곳에서는 생활할 수 없다. 하긴, 공포증인 사람은 애초에 매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센트럴 파크를 업타운 쪽까지 달려가서 한 바퀴 돌아 호텔로 돌아오면, 대강 10킬로미터 가까이 된다. 기분 좋은 거리이다. 공기도 좋고 공원 안에는 거의 신호도 없다. 계절은 가을이어서 약간 땀을 흘릴 정도였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근처 커피 하우스에 가서 소시지와 계란 프라이로 아침 식사를 주문한다. 뜨거운 블랙 커피를 마시면서 또다시 매를 생각한다. 그 매는 순조롭게 아침 식사를 발견했을까?
내기를 해도 좋다. 아침 여섯 시를 지나 한 마리의 아름다운 매를 만날 수 있는 멋있는 하루는 좀처럼 없을 것이다.
<권남희역 무라카미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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