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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좋은수필]강자(强者) 만이 살아 남는다 / 박정기

강자(强者) 만이 살아 남는다 / 박정기 

 

 

세상은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자연의 법칙은 강한 것이 미덕이고 약한 것은 악덕이다. 힘이 세거나 날개가 있거나, 하다못해 날랜 발이라도 있어야 살아 남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도 살아 남자면 강해야 한다. 살아 남기만 해서 되겠느냐? 남보다 앞서고 이왕이면 남 위에 설 수 있어야지. 그래야 남을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 아니냐?

그러면 무엇이 강자의 조건이며 어떻게 해야 강해지는가?

마음이 강해야 한다. 완력(腕力)이 뛰어나고, 학문이 출중해도 나쁘지는 않으나, 사람은 무엇보다 마음이 강해야만 정말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자가 되려면 마음부터 닦는 것이 순서요, 이것 없이는 진정한 강자라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면 무엇을 두고 마음이라 하는가?

신(神)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의 근본을 중히 여기는 마음, 예의를 아는 마음,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 용기있는 행동과 희생을 할 줄 아는 마음, 그런 마음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 재주와 꾀가 득세하는 세상이라 손해보기 좋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세상을 좀 더 살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국민학교나 중학교 때 같이, 어리 적에는 힘센 녀석이 제일이다. 반이나 학교에서 큰 소리도 치고 사람도 많이 따른다. 그런데 고등학교나 대학에 가도 힘만 센 녀석은 별로 쓸모가 없게 된다. 힘만 가지고는 대학의 문턱에도 가기 힘든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 아니냐. 힘을 겨루어 보고 입학시키는 대학이나, 힘내기로 취직 시키는 직장은 이 세상에 없는 법이다.

이 나이가 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그때는 그렇게 부럽고 좋아 보이던 힘셌던 녀석들이 지금은 세상을 떠난 사람이 수두룩하고, 살아는 있어도 남의 도움이 있어야 살아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대학 때 공부 잘했던 사람, 그 뛰어난 학문에 비하면 세상에 보탬이 크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보탬은 커녕 그 학문 때문에 더 큰 손해를 기치는 사람도 적잖이 있더라.

이렇듯 사람의 참된 가치나 질을 가늠하는 데는 완력 따위나 학문만이 아닌 ‘마음의 빛’이란 것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대게 세상의 큰 일이란 사람이 모이고 또 뜻이 합쳐져야 되는 법인데, 그게 힘이나 학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였다.

사람은 힘을 보고 모이기도 하나 그 수가 많지 않고, 돈을 보고 모이는 수도 있으나 재화(財貨)라는 것이 원래 생명이 길지 않은 것이라 모였던 사람이 흩어지고, 학문은 홀로 우뚝하여 사람들이 쳐다만 볼 뿐 손이 닿지 않으니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모여 드는가? 무엇이 참다운 힘의 근원인가?

그것은 아까 말한 “마음의 빛‘이 아닌가 싶다. 무릇 고기나 나비같은 모든 생명체가 빛을 보고 모이듯, 사람들도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빛을 보고 모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에게서 무슨 빛이 날까. 빛이 나오고 말고, 다시 말해 신을 사랑하고, 사람의 근본을 중히 여기고, 예를 알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용기를 행하는 마음을 닦으면, 그런 사람한테서는 환한 빛이 나오게 마련이다.

선조들은 이 빛을 덕(德)이라고 하였다. 이 덕이 있어야 사람이 따르고 모이는 법이다. 또 이 덕이야말로 정말 강한 자가 되는 조건이고, 이 덕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무너지는 법이 없는 것이다. 예수는 힘이 장사라서 위대했더냐? 공자가 학문만으로 저렇게 이름을 떨쳤을까?

이렇듯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닦아야 하느니라. 또 강자가 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길이다. 자연은 강자먄을 살려 둔다고 하였는데, 효정아 혜준아, 우리가 오래 오래 번영하자면 첫째 강해야 하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