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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1

[좋은수필]억지로라도 표정을 밝게 해라 / 이영호

억지로라도 표정을 밝게 해라이영호

 

 

 

억지로라도 표정을 밝게 해라. 하지만 경망스러우라는 것은 아니야. 남이 슬퍼할 때 같이 슬퍼하고 남이 아파할 때는 함께 아파해야 하지. 또 남들이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히죽거리며 웃으라는 것도 아니야.

그러나 얼굴에 웃음을 담아도 될 때가 대부분이거든. 밝은 표정을 지어도 괜찮을 때가 대부분이거든. 그 때는 밝은 표정을 지으라는 거야. 그리고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많이 웃으라는 거야. 의식적으로라도 말이야.

아침에 일어나서 너희들이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보고 이유없이 찌푸리고 있으면 억지로라도 밝은 얼굴로 바꾸도록 노력해 봐라.

찌푸리고 시작하는 하루가 잘될 리 없어. 밝은 표정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희망과 의욕을 가지고 시작하는 하루이며, 그런 하루는 잘될 가능성이 많다.

사람의 표정은 그 사람 속마음의 거울이야. 표정이 어둡다는 것은 그 마음이 어둡다는 것을 뜻하지. 그 얼굴의 주인이 세상과 인생을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뜻하지.

그러니 표정이 밝으려면 근본적으로 너희들 마음속의 생각이, 인생에 대한 태도가 밝아야 하지. 마음은 원인이고 표정은 결과니까. 그러니 마음속으로 기쁘고 행복하면 저절로 밝아질 것이고, 마음속으로 슬프거나 괴로우면 표정도 저절로 어두워지겠지.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표정이 원인이 되고 마음이 결과가 될 수도 있거든. 표정에 따라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는 말이야.

이런 실험을 한번 해봐라.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의식적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얼굴에는 웃음을 띠어 봐라. 무슨 좋은 일이나 있는 것처럼 말이야. 배우가 된 양 연기를 해보라는 거야. 가족들도 밝은 얼굴로 대하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해 봐. 그걸 직장에 가서도 계속 해봐. 아무튼 억지로라도 하루종일 밝은 표정과 목소리를 유지하도록 해보아라. 아루가 실제로 그만큼 밝아질 것이다.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속마음도 밝아질 것이다. 일도 잘될 것이고.

얼굴을 찌푸리고 살려면 한이 없지. 세상은 그만큼 불완전하니까. 속상한 일도 많고, 사고도 많고, 병도 많고, 불의도 많은 세상이니까.

그러나 어두운 측면이 전부는 아니야. 착하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많고 어려운 처지에서도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도 많거든. 신문에 가슴 뭉클하게 해주는 기사들도 잘 나오잖아.

그리고 아름다운 것도 참 많지. 산과 강도 아름답고, 나무와 풀도 아름답지. 풀잎에 맻힌 이슬방울이 얼마나 영롱하냐. 풀이 자라고 꽃이 피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아름다우냐.

어려움을 당할 때도 그렇지. 당한 어려움만 생각하면 얼굴이 찌푸려지지만 더 어려운 시련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원망스럽지만은 않을 거야. 병에 걸렸을 때도 더 심한 병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마져 들 수 있지.

나의 삶에서 부족한 것, 잘못된 것, 억울한 것, 그런 것들만 생각하지 말고 잘되는 것, 다행스러운 것, 만족한 것, 풍족한 것들을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돼.

우산장수 아들과 소금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 얘기가 있잖아. 비 오는 날은 소금장수 아들만 생각하고, 갠 날은 우산장수 아들만 생각하면 불행할 수밖에 없지. 생각을 거꾸로 돌리면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세상에는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어. 기쁘고 즐겁기만 바라는 건 잘못이지. 괴롭고 슬픈 일을 당할 때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아야 돼. 밥에 뉘가 섞였다고 화만 내어서는 안 되지. 장미에 가시가 있다고 불평하는 태도도 안 되지.

그리고 세상에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특히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망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되도록 밝은 표정을 지키면서 살도록 해봐라. 남과 대화를 할 때도 되도록 미소를 머금고 대화를 해봐라. 그런 만큼 너희들 삶이 밝아질 것이다. 또 그런 만큼 너희들이 이 세샹을 밝게 해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