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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西風賦서풍부 / 김춘수

 

西風賦서풍부 / 김춘수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온통 풀 냄새를 널어 놓고 복사꽃을 올려놓고 복사꽃을 올려만 놓

고, 환한 햇빛 속을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

런 얼굴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