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 임영조
화창한 봄날
고궁 뜰을 혼자서 거닐다가
우연히 마주친 여인
빙긋이 웃으며 아는 체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얼핏 생각 안나는
저 지체 높고 우아한 자태
어느 명문가 홀로 된 마님 같다
진자주빛 비로도 저고리에
이루 다 말로 못할 슬픔이 서려
앞섶에 살짝 꽂은 금빛 브로치
햇빛 받아 더욱 눈부셔
함부로 범접하기 황송한지고
세상에 아직 잔정이 많아
서둘러 치장하고 봄마중 나온 마님
안부를 묻듯 살바람만 건듯 스쳐도
금세 눈물이 앞을 가려
하르르 꽃잎부터 떨구는 작별
그후로 세상은 또 한 차례
화사한 소문이 나돌듯
별의별 꽃말이 분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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