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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좋은 시]불 커진 하얀 네 손바닥 / 장석남

불 커진 하얀 네 손바닥 / 장석남

 

 

 

내가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없어할 때

너는 내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진다

가슴 두드리는 그리움들도

묵은 가지들이 살아와 울자고 청하는 눈물도

눈에 어려

몇 구절 햇빛으로 읽혀진다

불꺼진 하얀 네 손바닥

햇빛 속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손짓

 

우리가 만난 햇빛 위를 떠오르는 어지러움이 된다면

우리가 서로 꼭 껴안고서 물방울이 된다면

정처없는 발자국 위에도

꽃이 피어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