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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좋은수필]부자 아무나 됩니까? / 방종현

부자 아무나 됩니까? / 방종현

 

 

 

겸양도 지나치면 오만이 된다.’

우리 주위엔 쥐뿔도 없이 있는 척하는 사람이 있나 하면 넉넉히 가지고도 없는 체 엄살을 떠는 사람도 더러 있다. 없는 사람이 있는 척하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많이 가지고도 없는 체 엄살떠는 것도 과히 보기가 좋지는 않다. 연전에 중국 여행을 하면서 현지 안내자에게서 들은 말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남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초대하게 될 때 손님이 오기 전 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자기 집 진열장(보이 곳)에 있는 물건은 죄다 안 보이는 광으로 숨기는 일이라 한다. 그런 다음 그곳에다 진열해둔 대체품을 사기 위해 시장이나 대형 할인점으로 간다고 한다. 이유는 고급 양주를 전시해 두었던 곳엔 값이 싼 술로 바꾸어 놓고 고급 도자기를 두었던 곳엔 막사발로 바꾸어 놓는 등 값싼 물건으로 대체 진열을 해두기 위해서라 한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쥐뿔도 없으면서 발렌타인 30년산이나 로열 살루트 38년산을 전시해두고 읽지도 않는 문학 전집을 진열해 두고 허세를 부리는 우리네보다야 낫다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기만이기도 하다. 그 다음 중요하게 하는 행동은 담배를 권하는 일이라 한다. 중국엔 흡연인구가 상당히 많다. 실제 북경에서 담배를 물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사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특이한 것은 반드시 저급담배를 손님에게 권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고급담배를 피울 처지가 아니라고 상대방에게 겸양을 보이는 뜻이라 한다. 별스런 행동이지만 그게 그 나라의 문화라니 할 말은 없다. 우리 경우는 손님 앞에서 통상 고급담배를 내어 놓는다. 그네들은 두 가지 담배를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남에게 권할 때는 싼 담배를 주고 자기 혼자일 때는 고급담배를 피운다 하니 씁쓸하다 못해 쓴웃음이 난다.

남을 못 믿으니 심중에 음흉함을 품고 나를 감추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행도 못 믿어서 돈이 생기면 그곳에 맡기지 않고 집안에다 깊숙이 감추어 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516 직후 화폐를 개혁한 일이 있다. 그때 우리나라에 있던 화교들이 새 돈과 바꾸기 위해 땅속 항아리에 묻어 놓거나 벽 속에 숨겨둔 것을 갖고 나왔는데 금액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돈에 매가 피어 색깔도 변질되고 지독한 냄새까지 나더라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중국도 이제 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구제적인 행사를 치르고 나면 국격이 한 단계 상승한다니 비싼 대가를 치러서라도 유치하는 이유가 있다.

아흔아홉을 가지고 백을 채우기 위해 안달하는 사람이 있다. 굳이 나머지 하나까지 채우고 말겠다는 것은 곧 어느 누군가에게 가야 할 몫을 내가 갖겠다는 거와 다름 아니다.

넉넉히 갖춘 사람의 성위욕은 덜 가진 자의 몫을 유보하는 제로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경제는 유통이라 한다. 소비가 있어야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낸다.

없는 사람은 소비하고 싶어도 없어 할 수가 없다. 소비가 미덕이다. 그것은 넉넉한 사람의 몫이다.

내가 잘 아는 엄살꾼 한 분은 넉넉한 재산이 있고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아들도 있다. 절약이 몸에 배어선지 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만으로 생활하며 먹는 것도 아주 부실해서 아들 생각 말고 따뜻하게 보일러 켜고 지내시라.”고 권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아들에게 쓸 만큼 물려주었고 아들 외에 다른 자녀는 없고 자신도 쓸 만큼 갖고 있는데도 엄살을 부린다. 85세의 자기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흥청망청 쓰면 나중 어떻게 하느냐?”며 앞으로 몇백 년을 더 살 것같이 말을 한다.

한번은 몸이 좋지 않다고 연락이 와서 집사람과 같이 내 차로 개인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아침부터 오후까지 도와 드린 후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나는 다른 볼일로 먼저 나왔다. 집사람이 남아 보살펴주고 저녁때 집에 가려고 하니 주섬주섬 100원짜리 동전 10개를 찾아 건네주며 버스 타고 가라며 주더라는 것이다. 현금으로 타면 100원을 더 주어야 한다면서 사양하고 왔다 한다.

호사꾼들은 이럴 때 하는 말이 있다.

부자 아무나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