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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좋은수필]융합문화와 인문학 그리고 수필 / 김진식

융합문화와 인문학 그리고 수필 / 김진식


 

 

춥고 배고픈 것으로 치부되던 것이 빛을 받고 있다면 여간 이변이 아니다.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창조니 융합이니 하는 새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니 더욱 그렇다.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을 통한 인간의 꿈이 이 속에 잠재하고 있음을 깨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빈치의 꿈으로 하늘을 날고 웰즈나 베른의 상상력이 과학과 융합하면서 미래를 펼쳐가고 있다. 과학이 인문학의 대칭이 아니라 조화하면서 미래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것은 생태적인 것이지만 자연과학의 편향에 오도된 까닭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별게로 밀어낸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현실성이 없는 몽상으로 배척되었다고 할까.

그러나 과학이 독립해서 꽃과 잎새를 피워 내기에는 힘이 따를 수 없다. 인문학이 받쳐주지 않는 과학의 오만은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숲을 이룰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사실을 미리 깨친 천재가 나타났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내어놓으면서 애플의 성공 비결은 인문학의 융합이라고 했다. 놀라운 일이지만 당연 한 이치다. 인문학은 모든 문화현상의 뿌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뿌리가 깊고 튼튼하면 비바람이나 한발도 견뎌낼 수 있고 잎새도 열매도 싱그럽게 달 수 있다. 세상이 편안하고 융성하던 때를 돌아보면 인문학이 받쳐주면서 꽃을 피웠다. 희랍의 철학과 예술과 문학이 그렇고, 우리 르네상스의 인본주의가 그렇고, 당송(唐宋)의 태평성대가 그렇고, 우리 세종시대의 융합된 사고가 그렇다. 오늘날도 그때의 자산들이 세월을 넘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인문학은 문화의 뿌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문학이 갖는 삶의 가치는 희로애락을 망라하고 있으며, 그 상상력은 제한이 없는 꿈의 세계이다. 문학 가운데서도 수필은 주정적 사고의 진수로 무게와 격()을 보여준다. 과학과 어울리면서 치우침을 다독거리고 모난 돌을 감싸며 축축한 서정의 힘으로 받쳐줄 것임을.

박근혜정부에서고 문화의 융성을 시대의 소명으로 내걸고 있다. 그렇다고 말대로 쉽게 문화의 숲이 싱그럽게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인문학이라는 문화의 뿌리가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인문학은 너무 순수하여 자생력이 문제가 된다. 그동안 나라에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진흥을 한다고 노력해 왔으나 선거 때 표를 의식하여 대중성이 있는 공연예술 중심이었다. 인문학의 투자는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춥고 배고픈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휴가를 주어 인재를 길렀던 세종의 사가독서(賜暇讀書)에 견주어 보면 여간 퇴행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서 인문학이 그게 아니구나하는 자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요사이 인문학 강좌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삼성에서도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다수 뽑아 쓴다고 한다.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인간의 문제가 해결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대되는 일이다. 하루아침에 숲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천재성을 지닌 인재라도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조짐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다시 수필로 돌아가자 수필로 공상과학소설을 쓸 수 없지만 비유로 상식을 뛰어넘고 직관으로 미망(迷妄)을 뚫어본다면 선지자처럼 미래를 보며 이간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때 수필의 인문학적 요소는 꿈을 현실로 견인하는 힘을 보여준다.

다이슨은 웰즈의 별들의 전쟁을 견인하며 미래를 뚫어보며 예언하고 있다. 물리학자인 그는 인문학자(또는 수필가)의 문과 생각으로 상상의 세계를 썼다. 이런 이야기를 남의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미래는 무한대의 가능성이 전제되고 현실 밖의 것들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문화가 융합하고 새로운 생존법에 따라 진화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문화의 뿌리가 인문학이라면 그 역할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새로운 역할을 위하여 수필도 진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새로운 인자(因子)를 합성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의 융성은 융합문화의 꽃일 것임은 물론이다.

 

* 웰즈 - 영국의 공상과학소설가 저서 <별들의 전쟁>

* 베른 - 프랑스의 공상과학소설가 저서 <해저 2만리>

* 다이슨 - 미국의 물리학자 저서 <상상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