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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5

[좋은수필]인연 / 김정순

인연 / 김정순

 

 

좋은 인연 만나기를 바라며 하루를 연다. 이미 맺은 인연도 변하지 않고 영원히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오늘은 도서관에 강좌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같은 취미를 갖은 사람들이 모이니 신난다. 이야기의 방향도 생각의 접점도 같거나 비슷해 갈등이 적다. 젊은 사람에서 중년, 노년,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하지만, 모난 돌처럼 뾰족한 이가 없다.

우리는 선생님께 좋은 강의도 듣고 제출한 습작을 토론한다. 하나의 작품이 창조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쓴이는 자기중심적 감성에 사로잡혀 무엇이 잘못 된지를 알지 못하고 쓸 때가 많다. 글쓴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티끌들이 타인의 눈을 통하여 걸러진다. 내가 쓴 초고는 어쩌면 허접한 쓰레기 같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냉철한 눈과 마음으로 글을 두고 토론을 벌인다. 문우들의 지적은 퇴고에 많은 도움을 준다. 읽고 다듬고를 수십 번, 덜어내고 보태고를 거듭하면서 제법 깔끔한 글이 만들어진다.

우리는 수업의 연장으로 점심을 함께 먹고 글이며 세상이야기를 이어간다. 고민스러운 자식 키우는 이야기, 어디에도 풀어놓지 못하는 가정사도 헤쳐 놓는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도주고 충고도 한다. 이런 대화를 통하여 끈끈한 정이 쌓여간다. 이보다 좋은 인연이 어디 있을까?

그날은 학기의 시작 날이었다. 새로 들어온 Y가 한사코 커피를 사겠다며 가게로 끌고 갔다. Y가 핸드폰을 여는데 찬원이 사진이 보였다. “이찬원사진 같은데요?” Y는 당당하게 찬스라고 말했고 찬원이 팬이냐고 물었다.

나는 찬스회원은 아니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꿋꿋이 꿈을 이뤄가는 젊은이가 기특했다. 나의 혈육이 아니라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너무 귀엽고 대견해서 수필 형식에 성장스토리를 엮어서 ‘대구문학’에 발표했다,

둘은 주거니 받거니 찬원의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했다. Y는 글을 읽어보고 싶다며 졸랐다. 인터넷에 ‘모소대나무’라고 검색하면 나올 거라며 알려주었다. 다른 분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는 동지를 만난 듯 신났다.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인연을 만났으니, 무엇이 우리의 대화를 가로막을 수 있을까? Y와 나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웠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Y의 궁금해 하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괜히 호기심을 주었나 싶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자 내가 궁금해 배길 수가 없어 카톡을 보냈다. ‘선생님, 모소대나무가 ‘찬또 뉴스’에 떴어요. 유튜브에 검색해 보세요.’ 카톡을 보내는 Y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보다 더 좋아하며 카톡을 보냈을 것이다.

내가 찬원이로 인하여 힘을 얻어 푹 빠져있었다. 찬원은 TV조선과의 계약이 만료되자마자, 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신곡 ‘편의점을’을 발표했다. 곧이어 미니앨범 선물을 들고 나왔다. 미니앨범 중에서 모든 곡이 좋았지만, 나를 울게 만든 곡은 ‘메밀꽃 필 무렵’이었다.

5년 전, 아흔여섯의 어머니를 보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어머니를 보낸 마음은 슬픔이 깊고 길다. 잊지 못해 가슴이 젖어있던 내게 메밀꽃 필 무렵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소환해 주었다. 슬픈 곡조에 실려 고막을 울리는 가사는 어머니를 보낼 때, 내가 느꼈던 것과 너무 같았다. 듣고 또 들으며 정신을 차리고 고마움에 쓴 글이 ‘모소대나무’이다. 11월 중순에 초고를 쓰고 나니,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12월 16일 까지 내년 2월호에 실을 원고를 보내라는 편지였다.

문우들과 토론하고 퇴고를 열심히 했다. 퇴고기간이 짧아 만족하지 못했지만 그대로 보냈다. 찬원이에 대한 찬사야 태양처럼 빛나게 쓰고 싶지만, 능력이 부족하여 충분히 살리지 못해 미안했다. 쓴지는 거의 1년, 발표하여 책으로 엮어진지는 8개월이 지났을 때, Y는 찬스카페에 글을 올렸던 것이다.

스타의 강력한 힘에 놀랐다. 내 글이 찬원이라는 호랑이등에 올라타고 무섭게 달리고 있었다. 조회 수가 정신없이 올라갔다.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댓글이 무려 260회를 넘었다. 세상은 하나라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 찬스 모두가 고맙지만, LA에 거주하는 교민이 보낸 댓글에 내가 도리어 감사했다.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찬스님들 김정순 작가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이 무슨 최고의 찬사란 말인가?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조회 수 4만5천을 넘어섰다. 내 글이 이렇듯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은 적이 없다. 모 공모전에서 ‘삼베적삼’이 수상의 영광을 얻어 인터넷이나 문학단체 카페에 돌아다닌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조회 수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찬원을 만난 것도 좋은 인연이고 Y를 만난 것도 귀한 연결고리이다. 인연은 인연을 끌고 5만 명이 넘는 찬스들과 이어졌다. 심지어 태평양 바다건너 ‘헬렌 리’라는 분과도 닿았다. 찬원과 Y를 통하여 맺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감사하게 간직할 것이다.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준 찬또뉴스와 의미를 살려 낭독해 주신 또또님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