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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6

[수필]늙은 소년 / 신현식

늙은 소년 / 신현식 -<늙은 소년> - 중에서

 

소설 늙은 소년 액슬브롯을 다시 읽었다. 도서관에 오시는 학인學人들께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문학 큐레이터를 하게 되었다. 여러 프로그램 중, 몇 차례 독후감 수업을 하기로 했다. 어떤 작품으로 할까 궁리하다 그 책이 떠올랐다.

늙은 소년 액슬브롯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싱클레어 루이스의 단편소설인데, 학창 시절에 처음 읽었다. 늙은 농부가, 젊었을 적 꿈꾸었던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내용이다. 그의 도전정신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수강하시는 분들이 액슬브롯처럼 글쓰기에 도전해 보라는 뜻으로 선택했다. 자신의 삶을 정리, 기록하는 것은 의미와 보람을 안겨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액슬브롯은 평범한 시골 농부였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다가 아내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냈다. 자녀들마저 출가시키자 자기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딸 내외에게 농장을 맡기자 낮잠이 습관이 될 만큼 여유가 생겼다.

그는 하릴없이 빈둥거리다 젊었을 적 꿈꾸었던 소설 속 예일대학학생들을 떠올린다. 이참에 대학에 가서 멋진 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늦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입시 공부를 시작한다. 그는 이웃에게 미치광이 소리까지 들으며 밤새워 공부하지만 번번이 낙방하고 만다. 재수, 삼수 끝에 간신히 입학을 하지만, 학생들이 소설 속 인물들과 다른 것에 실망하여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땐, 액슬브롯의 도전정신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늙은이가 대학에 가서, 학문을 탐구하고자 하는 그 열정에 심취했던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도록 가슴을 뛰게 한 것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그는 따돌림 당하다 마음 맞는 학생과 연극과 문학을 논하며 하룻밤을 지새운다. 날이 밝자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며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대목이었다. 이게 웬일인가. 다시 읽게 되니 새로운 내용이 또렷이 보였다.

그는 젊을 적, 광명의 나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 꿈이었다. 장차 훌륭한 학자가 되는 것도 꿈이었고, 아내를 맞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꿈이었다. 농장을 장만하는 것, 자녀를 훌륭히 키워 출가시키는 것도 꿈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평생 꿈을 좇는 인생을 산 셈이다.

어디 액슬브롯만 그러할까. 우리 대부분이 그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누구나 젊었을 적엔 크고 작은 꿈을 가슴에 품고 산다. 하지만 인생 길에 발자국이 늘어나면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꿈은 포기하더라도 작은 목표만은 놓지 않아야 한다. 그것마저 잃게 되면 마음 둘 곳이 없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으면 사는 맛이 없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전쟁을 치르는 만큼 괴롭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재미는 없더라도 지루하지는 않아야 한다.

지긋한 연세에 도서관이나 평생교육원에 오시는 분들은 괜찮다. 그러나 골목 어귀에 나와 앉아, 오가는 사람만 바라보는 분들, 공원이나 만남의 광장에 나와 하늘만 바라보는 노인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꿈이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목표를 가져야 한다. 목표는 성격과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못다한 일을 마무리 짓는 것도, 취미에 몰입하는 것도, 이웃을 돕는 봉사도 목표가 된다. 그림이나 서예에 몰입하는 것도, 삶의 흔적을 글로 남기는 것도 좋은 목표다. 사라지는 것보다 무언가를 남기는 목표가 재미와 보람까지 얻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작은 것일지라도 목표를 가지게 되면 삶이 윤택해진다. 목표가 있으니 그것을 실현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정신을 쏟으니 지루할 틈도 없다. 그뿐이겠는가. 목표에 다가갈수록 무한한 희열을 맛보게 된다.

다시 읽은 책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설 속 액슬브롯의 열정은 꿈에서 나온 것이었다. 작가가 서명書名을 왜 늙은 소년이라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엑슬브롯이 꾸었던 꿈은 소년들에게 양보하더라도, 목표마저 포기해서는 안 되겠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께 열정과 도전을 권하려다 외려 내 목표를 다지게 되었다. 눈과 정신이 맑은 날까지 글을 써야겠다.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지만, 독자의 뇌리에 길이 남을 수필 한 편을 쓰고 싶다.

그렇다면 나도 소년?

 

수필집 <늙은 소년> 정가 ;15.000원

할인가 ; 12.000원

받을 곳, 문자 주시면 계좌알리고, 발송하겠습니다.

지은지 ; 신현식 010-3909-7939

출판사 ; 나무향 02-458-2815, 010-2337-2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