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2 (99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도둑 담배 / 강호형 도둑 담배 / 강호형 길이 막히지도 않는데 오늘 따라 버스는 느리기만 했다. 버스에서 내려 백화점 앞 벤치 옆에 놓인 재떨이를 발견하기가 무섭게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거기까지 오는 동안 줄곧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라이터를 꺼내 점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노란 .. [좋은수필]바람 스치는 소리 / 김선화 바람 스치는 소리 / 김선화 체험이다. 가슴 속 대청마루에 새로운 바람 지나게 할 공간은 인생 도처에 널려있다. 난 지금 호남선 무궁화호열차를 타고 서대전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유성의 한 세미나장에서 우리가 수필을 왜 쓰는지 따져보는 시간이 있다고 한 까닭.. [좋은수필]삽 한 자루 / 권남희 삽 한 자루 / 권남희 삽을 갖고 싶었다. 아버지의 삽자루는 열 살 소녀의 키를 넘으니 제대로 삽을 다룰 수 없지 않은가. 내 마음대로 땅도 파헤치고 아버지처럼 밭도 만들어낼 수 있는 삽 한 자루 생기기를 속으로 바랐다. 아버지에게는 연장이 많았다. 비닐하우스가 한 동 지어진 마당 한.. [좋은수필]기억의 표절 / 이윤기 기억의 표절 / 이윤기 나는 내 기억 속의 옛 사람이나 특정한 장소 찾아보기를 좋아합니다. 그 만남의 순간 맛보게 되는 감회가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내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저 좋은 것은 더 좋게 가꾸.. [좋은수필]눈썹 / 천경자 눈썹 / 천경자 외할머니 눈썹은 초생달처럼 둥그런 데다 부드럽게 송글송글 겹쳐진 편이었다. 어머니의 눈썹은 외할머니의 초생달 같은 눈썹을 산산(散散)이 짝 뿌려 놓은 듯 눈두덩이까지 부드러운 털이 더욱 송글송글한 편이었으나 인생을 호소(呼訴)한 듯한 고운 눈빛은 하나의 대조(.. [좋은수필]보리밭 / 박하 보리밭 / 박하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청보리밭을 마주하니 푸른 꿈이 손짓한다. 까마득히 오래된 일이지만, 보리타작하던 날의 풍경이 떠오른다. 날씨가 끈적거리며 무더웠다. 엄마는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예닐곱 살의 나는 밭두렁에 앉아서 저만치 있는 신작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좋은수필]다시 태어나는 집 / 이종만 다시 태어나는 집 / 이종만 멀리 서서 옛집을 바라본다. 지붕만 겨우 보였다. 동생은 돌집 앞에서 그 스러질 듯한 지붕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셔터를 눌러댔다. 아버지의 잦은 외국 생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우리 가족이 모처럼 모여 살았던 이 집은 이제 재건축이 되어 곧 .. [좋은수필]음악과 인생 / 박용구 음악과 인생 / 박용구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하여 체험한 이야기를 어떤 젊은이에게서 들은 일이 있다. 그는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가는 피난 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시간표도 정원도 없는 이 화물차는 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서울을 떠날 때, 포오터블(.. 이전 1 ··· 121 122 123 124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