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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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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어떤 풍류 / 정인호 어떤 풍류 / 정인호 친구는 샘물입니다. 맑고 시원한 물을 밤낮없이 뿜어 올리는 옹달샘처럼 목마른 나에게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 바로 우정 아니겠습니까. 친구가 등산길에서 들려주는 이런 저런 이야기는 참으로 유익합니다. 일상의 경험담에서부터 새로운 정보에다 건강에 관한 경험..
[좋은수필]표류 / 구민정 표류 / 구민정 남해의 작은 섬, 청산도로 향하는 길이다. 배가 출항하자, 선실 출입구에 엉덩이만 간신히 붙이고 있던 사람들이 갑판 위로 몰려 나가고, 구릿빛 얼굴을 한 사람들이 묵직한 짐 보따리에 기대어 눕는다. 바람을 쏘이자며 내 손을 잡아끌던 그이도 밖으로 나가고 벽에 기댄 채..
[좋은수필]꿀맛 / 이남희 꿀맛 / 이남희 앞뜰에 살구꽃과 찔레꽃이 화사하다. 벌들은 꿀을 따느라 사람의 왕래도 모른 척한다. 남편이 귀농 공부를 조금하고 귀촌을 시작한 지 두 해째다. 금강 하류가 건너 보이는 곳에서 농사꾼 흉내를 내는 중이라고나 할까. 언 땅이 녹으면서 밭고랑을 오가는 농군들의 발길이 ..
[좋은수필]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 국명자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 국명자 봄은 산골짜기에서 맞닥뜨려야 한다. 잠시 들르거나 멈추어 선 길손이어도 안 된다. 새벽 미명부터 땅거미 내려앉아 어두움이 짙게 깔릴 때까지, 마루와 마당으로 시시각각 다른 모양 되어 들르는 봄의 미세한 모습들을 눈치챌 수 있는 오두막에서 살..
[좋은수필]서가 앞에서 / 변해명 서가 앞에서 / 변해명 학자 분들이 노년에 당신이 소장한 장서를 어떻게 정리하고 떠나는가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소암 기창덕 요한 보스꼬 치과의사의 정리하시는 모습을 본 뒤부터다. 그분은 의사로서 병원을 개업하고 환자를 치료하면서 일생을 보냈지만 그는 치과의사이기보다 학자..
[좋은수필]송(松)부인 / 조현태 송(松)부인 / 조현태 나는 은근히 심통이 났다.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슬슬 구슬려 봤으나 또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혼자 나서는 길에서 애꿎은 음료수 깡통을 걷어찼더니 죽는 소리를 내지르고 나뒹굴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음산이 있다. 산에 간다고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자투..
[좋은수필]흰나비 / 김동리 흰나비 / 김동리 어느 날 대낮에 흰나비 한 쌍이 난데없이 뜰로 날아 들어왔다. 그리하여 하얀 박꽃이 번져 나가듯 뜰 안을 펄펄펄 날아다녔다. 그 때 집 안은 절간 같은 고요에 잠겨 있었다. 내가 이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은 금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뜰에는 이미 녹음이 가득 차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