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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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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7부 능선까지만 / 이범찬 7부 능선까지만 / 이범찬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이화여자대학교 법정대학에서 가장 젊은 교수란 이유로 삼십대 초반에 등산부 지도교수를 맡았다. 그것이 등산의 맛을 알게 된 계기가 되어 평생 산을 오르고 있다. 등산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서슴없이 두 가지 점을 들어 왔다. ..
[좋은수필]소크라테스의 회상 / 엄정식 소크라테스의 회상 / 엄정식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소크라테스는 BC 399년 독배를 마시고 처형당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다. 그가 사랑했던 조국 아테네는 활발한 해상활동의 여파로 갑자기 부강해졌고 유능한 통치자인 페리클레스의 영도력으로 민주주의가 정착되었으며 경제와 문화..
[좋은수필]수필이란 / 신복희 수필이란 / 신복희 인간의 삶은 동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동굴에서 살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는 무척 궁금해 한다. 많은 궁금증 가운데 한 가지를 풀어 주는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들이 남긴 듯한 그림이다. 원시인이 살던 동굴 벽에는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 있..
[좋은수필]목걸이 / 박미령 목걸이 / 박미령 나에게는 갈색 옷에 잘 어울리는 오래된 목걸이가 있다. 아버지가 프랑스 여행선물로 사다 주신 것이다. 오늘 아침 그 목걸이를 하니 여행지에서 딸을 위해 목걸이를 고르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내가 친정엄마도 없이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 아버지가 직접 ..
[좋은수필]소나기 / 목성균 소나기 / 목성균 윗버들미의 소나기는 건넌골 쪽에서 들어온다. 숨가쁜 삼복지경, 작열하는 불볕 아래 엎드려서 곡식을 가꾸는 농부들은 가혹한 삶의 비등점(沸騰點)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인내한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어.” 그 말은 참을성이 모자라는 사람이 하는 소리일 뿐, 여름 ..
[좋은수필]누군가와 가끔 / 김향남 누군가와 가끔 / 김향남 옆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출발 시간이 좀 남아 있으므로 곧 임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빈자리 그대로 내 가방이나 올려 뒀으면 좋겠다. 내 의중과는 달리 한 남자가 앉았다. 희끗희끗 백발이 섞인 중년의 남자였다. 물론 나는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일 따윈 하..
[좋은수필]프렌치키스와 파리의 피갈거리 / 김현정 프렌치키스와 파리의 피갈거리 / 김현정 사랑의 표현은 적나라할수록 쉽게 눈길을 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닭살 커플이나 야한 광고를 보면 나는 민망한 줄도 모르고 몇 번이나 흘끔거린다. 서양 사람들은 익숙해서인지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 덤덤한 표정이고 우리나라의 젊..
[좋은수필]불에 태우기 / 무라카미 하루키 불에 태우기 / 무라카미 하루키 일반적으로 말해서 소설가라는 것은 비교적 이상한(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연연해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해도 좋을지 모른다. 때로는 별것도 아닌 일에 대해서 궁금해 미칠려고 한다. 예를 들면 1970년 무렵에 우먼 리브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여성 해방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