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요즈음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혼한 사람들을 연달아 만난다. 이런 일에는 처신하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즉 상대방이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별로 없으니까 ‘하는 일은 좀 어때?’ 라든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지?’ 라는 둥 하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대게는 ‘부인은 안녕하신가?’ 하는 데까지 얘기가 진전돼 버린다.
그것은 뭐 딱히 마누라의 동향을 알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누라인데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람― 그저 세상사는 이야기랄까, 계절에 따른 인사 정도의 것이다. 그러니까 묻는 쪽도 ‘아아, 뭐 여전하지’ 하는 대답을 기대한다.
그럴 때에 ‘실은 말이야, 이혼을 해서’ 같은 소리를 하면, 말하는 쪽도 난처하지만, 듣는 쪽도 황당한 것이다.
나는 이혼을 증오한다거나 하는 감정은 털끝만큼도 없지만, 이혼이란 말의 황당한 점은 듣는 쪽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이라면 사정이야 어찌됐든 ‘거 참 잘 됐군’ 으로 때울 수 있고, 장례식이라면 ‘고생 많았겠군’ 으로 대충 얼버무릴 수 있다.
그러나 이혼에 한해서는, 그런 편리한 말이 없다. 헤어져서 잘 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시원하겠습니다.’ 하는 것도 어쩐지 무책임하고 ‘아, 부럽군’ 하는 것도 경박스럽다. 그렇다고 심각한 얼굴로 ‘그것 참 안됐군……’ 하는 것도 분위기가 음울해 지니까 안 된다. 할 수 없이 ‘아, 그래……?’ 하는 식으로 돼 버린다.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그게 그렇게 됐어. 음……’ 하는 식이다. 그런 일이 요즘들어 세 번, 네 번이나 계속된 터라 그만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이만큼이나 저자에 이혼이 횡행하고 있으니 ‘관혼상제 예절’ 같은 책에 이혼이란 항목이 첨가되어도 좋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김난주역 코끼리공장의 해피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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