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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빛은 희고 눈부시다 / 김선굉

 

빛은 희고 눈부시다 / 김선굉

 

 

 

오래 닫혔던 가슴의 빗장을 연다.

잘 열리지 않는다.

깊게 쌓인 먼지에 선명한 지문을 남기며 힘주어 흔들면,

몇 번의 반동만 풀썩 먼지를 날리며

문은 이윽고 삐, 꺽, 열린다.

삐이꺼억!

광솔이 다 된 나무의 결들이 부딪치며 내는 마찰열에

시간은 심한 화상을 입는다.

갈비뼈의 촘촘한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강한 빛!

섭씨 1200도를 넘기면 빛은 희고 눈부시다.

어두운 기억의 심연으로 흰 길이 길게 휘어져 놓이고,

나는 그 길을 오래 걸어

유년쪽으로 꺾여 흐르는

환상 같은, 환상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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