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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2

[좋은수필]사주팔자 / 정임표

사주팔자 / 정임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거나 힘든 일을 당하면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까하는 걱정으로 점을 치기도 합니다. 토정비결이나 점을 볼 때는 필히 자신의 사주를 역술인에게 알려줍니다. 사주란 사람의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말하는데, 그 사람의 길흉화복이 사주에 그대로 들어 있다고들 합니다. ‘집 앞의 개똥 논은 팔아먹을 수 있어도 사주팔자는 팔아먹을 수 없다’고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운명을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라 한다면 우리의 의지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정말 운명 앞에서 내 의지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일까요.

우리의 미래는 가보지 않은 무수한 길들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아쉽게도 그 많은 길들 중 오직 하나의 길만 갈 수가 있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길은 포기해야 합니다. 여러 갈래로 나 있는 길 앞에 서면 어느 길을 선택할지 막막하게 됩니다. 선택의 방법이 사람마다 각양각색입니다.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은 남들이 가자는 데로 따라 갈 것이고, 고집이 센 사람은 남들이 안 가는 길로만 갈 것입니다. 용감한 사람은 스스로 앞장서서 씩씩하게 갈 것이고, 용의주도한 사람은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서 결정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걸 성격이라고 합니다.

삶에는 지구상 인간들의 수보다 더 많은 길이 있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듯 하지만 그 길속에는 또 다른 길이 존재합니다. 나의 운명은 내 성격이 결정하는 매 순간순간 판단의 결과물입니다. 같은 정보를 주어도 각자의 성격에 따라 해석해 내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밀가루 반죽이 가는 노즐을 통과하면 가는 국수가, 굵은 노즐을 통과하면 굵은 국수가 나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결국 팔자란 성격이 만들어 낸 선택의 결과물이라 할 것입니다. 때문에 팔자를 바꾸려면 성격부터 바꿔야 합니다.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밖에서 자기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성격과 세상 모든 사물들의 성격과 움직임을 관찰해야 합니다. 태풍이 어디에서 일어나 어디로 불어갈 것인지 예측하려고 인공위성을 띄워서 지구 밖에서 지구를 관찰하듯이 자기 몸 밖으로 나와서 자신을 얽어매고 있는 사물들을 관찰해야 합니다. 길 밖에서 길을 보면 그 수많은 길들의 종착점이 보입니다. 환히 보이는 그 길들을 보며 나를 행복하게 해줄 길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자신의 성격노즐이 어떠한지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운명이 씌운 굴레에 갇혀 운명의 노예로 살다 죽을 것입니다.

진정한 역술인은 당신의 성격적인 결함을 깨우쳐주어서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입니다. 일이 자꾸 꼬이는 사람은 ‘도대체 나는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를 지구 밖에서 지구를 살피듯 자신을 살피시길 바랍니다. 운명의 여신에게 농락 당하지 않으려면 필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중국의 대형 가전회사인 하이얼사 이야기입니다. 처음 세탁기가 공급되었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농촌으로 팔려나간 세탁기가 빈번한 고장을 일으켜 수리기사들의 현장 출장이 잦아졌습니다. 고장 원인은 농민들이 세탁기로 채소를 씻어서 그리 된 것입니다. 다른 경쟁사들은 ‘무식한 농민들’ 탓을 했지만 하이얼사는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채소도 씻을 수 있는 세탁기’로 개량시켜 출시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대히트였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존의 생각을 변화시켜 성공한 하나의 사례입니다. 야사에도 군왕의 사주와 양봉업자의 사주가 같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사주보다는 마음 그릇이 중요하다는 깨우침입니다.

성격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운명을 만듭니다. 타고난 근본 성격은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울 수밖에 없는 것처럼,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 특성을 유익하게 활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팔자도 길들이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성격에 끌려가는 삶이 아닌 성격을 이끌고 가는 삶을 살면 우리의 운명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