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아울렛의 차이 / 박복임
지난 해 초여름이었다. 백화점을 둘러보다 평소에 사고 싶었던 구두가 눈에 띄었다. 게다가 가격도 30%나 할인한다고 한다. 정가엔 감히 사지 못할 높은 가격의 구두였다. 굽이 6cm 정도 되는 하이힐을 사서 신발장에 넣어 놓으니 뿌듯했다.
구두 욕심이 많은 나는 구두를 장식품 사서 모으듯 신발장에 사다 쌓아 놓는다. 신발장 안에 나란히 키 재기를 하듯 놓여 있는 구두를 보면 마치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부자가 된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 하이힐을 신은 6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버스 안에서 큰 대자로 넘어지는 것을 보니 아차 싶었다. 넘어져서 무척 아팠으련만 부끄러웠는지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쏜살같이 내렸다. 그날 나는 집에 와서 신발장의 구두들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초여름에 30% 할인 받아 산 구두는 상표도 뜯지 않은 채 고이 모셔져 있었다. 좋은 날 신으려 기회를 봤건만, 나는 아쉽지만 그 구두를 환불하기로 결심했다.
구두를 산 지 몇 개월이 지났기에 상표가 붙어있어도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밑져 봐야 본전”이란 속담도 있지 않은가. 용감하게 백화점 구두매장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에요. 지난해 늦은 봄에 여기서 구두가 마음에 들어 샀는데 높은 구두를 신고 버스 안에서 넘어지는 제 나이 또래의 여성을 봤어요, 그것을 보고 나니 높은 구두를 신을 자신이 없어지네요. 그래서 굉장히 죄송하지만 환불해 주실 두 있는지요?” 의외로 직원은 “영수증 있으세요? 영수증하고 구두 갖고 매장으로 오시면 환불해 드릴게요”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한다. 몇 달이 지나 영수증이 없다고 하니 한 술 더 떠 “카드로 사셨으면 고객 센터에 가서 영수증 받아 오시면 됩니다”라고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 고객 센터에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니 새로운 영수증을 발급해 주어 구두를 환불했고 며칠 후에 그 전액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금년 여름 아울렛에서 마음에 드는 원피스가 있어 구입했다. 기장이 짧기 했긴 했지만, 워낙 싼 제품이니 수선집에 가서 길이만 늘리면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기뿐 마음에 수선집에 가져갔으나, 이 원피스는 제작부터 기장의 단을 잘라 벼려서 길이를 늘릴 수가 없다고 한다. 짧은 채 그냥 입을까 망설이다가 도저히 짧은 기장의 원피스를 입을 수는 없겠다 싶어 교환을 위해 먼 거리의 아울렛을 다시 찾았다.
영수증까지 그대로 챙겨갔건만 점원은 교환은 1주일 이내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는 부분을 가리킨다. 이 옷은 구입한지 보름이 넘었기에 안 되다는 것이다. 환불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같은 옷의 큰 사이즈로 교환을 해 달라고 하는데 왜 안 되느냐고 했지만 “고객님 죄송합니다. 영수증에 적혀 있잖아요. 죄송합니다.”만 연발한다. 결국 환불은커녕 교환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이다.” 백화점의 정가에는 고객에 대한 친절과 서비스가 포함돼 있고 아울렛에선 그런 부분을 제외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내놓는다. 그렇더라도 인지상정, 사람이 하는 일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기분일 텐데, 아울렛의 가격에 칼같이 퇴짜를 맞고 보니, 체면과 마음도 돈에 의해 정해지는 건가 싶어 씁쓸했다. 아울렛이라도 마음까지 할인해서 파는 곳은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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