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자구작용(自救作用) / 김세관
살다 보면 놀라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평범한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렇게 놀라움을 느끼는 것도 신세대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일수록 그 강도가 훨씬 크다고 합니다. 최근 100년 동안의 변화가 그 이전 몇 천 년의 변화보다 오히려 더 크다고 하지요. 어떤 연세가 드신 분은, 지금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서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아주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지요. 두메산골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라디오를 처음 구경하였습니다. 그 라디오가 나에겐 첫 놀라움의 대상이었지요. 팩시밀리가 보편화된 것도 20년 조금 넘었는데, 그 팩시밀리를 통해 처음 송고(送稿)를 경험했을 때의 놀라움도 어제 일처럼 느껴집니다.
놀랍고 신기했던 일들을 어찌 일일이 열거할 수 있겠습니까.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물체인 줄은 알았지만, 그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는 여러모로 신기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태양이 수십억 년 동안 변함없이 똑같은 열을 발산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이 지구상에 그렇게 많은 자동차들이 쓸 수 있는 연료가 공급되는 것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요즈음 아이들에겐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고 신기한 일도 아닌데,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놀랍기만 한 것일까요.
우리는 불행하게도 최근에 놀라움을 넘어선 무서운 일들을 경험하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미얀마의 사이클론과 중국 쓰촨성의 대지진입니다. 희생자가 10만 명을 육박하는 너무나 큰 재앙이어서, 남의 나라 일이라고 여길 수만도 없습니다.
귀한 인명의 희생이 뒤따른 것은 아니지만, 정점을 모르는 석유값의 가파른 상승이나, 철강재의 품귀현상도 그에 못지않게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일입니다. 소비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자원고갈의 문제는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과거 수천만 년 동안에 걸쳐 만들어진 지하자원을 최근 100여 년에 거의 소비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자각을 요구하는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로마클럽이 1972년에 발표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으로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이 보고서는 환경문제에 관한 대표적인 고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마클럽은 세계 52개국의 학자와 기업인, 전직 대통령 등 각계 지도자 100명으로 구성된 연구기관으로 각종 세계 문제를 논의하여 보고서 형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 로마클럽은 일찍이 지구의 환경문제가 시급함을 절감하고, 경제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예언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 보고서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자원에 의해 생명력을 갖게 되는데, 이대로 자원의 소비를 지속한다면 2025년에 지구가 생명력을 잃고 아주 멸망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경고이지요.
이 책은 또 ‘연못에 수련(水蓮)이 자라고 있다. 수련 잎이 수면을 덮는 면적은 하루에 배로 늘어나는데, 29일째 되는 날에 연못의 반이 수련으로 덮였다. 그걸 지켜보며 아직은 반이나 남았다고 태연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연못이 완전히 수련으로 점령당하는 날은 바로 그 다음날이다.’ 라는 말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 그로부터 36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불과 17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근에는 지구적 재앙을 겪으면서 어쩌면 로마클럽의 경고가 단순한 경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앞에서도 언급됐지만, 환경학자들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해석합니다. 문제는 오늘날의 눈부신 과학기술문명이 지구의 생명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생명체인 지구도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자구작용(自救作用)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은 사이클론이나 대지진을 지구의 자구작용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경고입니까.
이제 우리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모두들 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환경을 위한 노력이나 실천이 부족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로마클럽의 경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새로운 환경운동의 전개가 요구됩니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는 온난화입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관람한 바 있는 환경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잘 설명이 되고 있지요. 2007년에 엘고어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온난화에 적절히 대응치 못한다면 각종 기상이변을 비롯한 더 놀라운 재앙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떤 환경학자는 온난화에 대한 대비가 이미 늦었다고 개탄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우리의 노력이 너무나 절실합니다. 우리에게 고뇌에 찬 새로운 결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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