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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2월 / 유소영 2월 / 유소영 2월은 어정쩡한 달이다. 엉거주춤 와서는 슬그머니 가버린다. 본격적인 겨울도 아니고 , 그렇다고 초봄이라고 부를 만큼 화사한 기운이 도는 것도 아니다. 4년마다 윤달이 되는 2월은, 365일을 다달이 나눠주고 그 나머지를 처리하기 위해서 만든 덤 같은 달이다. 한해의 시작을..
[좋은수필]글을 쓰면서 / 서경희 글을 쓰면서 / 서경희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좋은 인생을 사는 것만큼 어렵다. 아름다운 글을 쓴다는 것도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나는 좋은 글보다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아름다움이 진리다‘라는 말이 있다. 아름다움에는 그 어떠한 해석도 뛰어넘는 ..
[좋은수필]얼굴 / 안병욱 얼굴 / 안병욱 사람은 저마다 정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 착하고 품위 있는 얼굴의 소유자도 있고, 흉하고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이도 있다. 우리는 자기의 얼굴을 선택하는 자유는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님한테서 선물로 받은 얼굴이다. 재주나 체질과 마찬가지로 운명적으로 ..
[좋은수필]참 아름다운 사랑 / 최원현 참 아름다운 사랑 / 최원현 헌혈을 했다.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 중 하나가 헌혈이라고 생각하여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헌혈을 하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헌혈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다. 건강한 내 피를 생명의 피로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
[좋은수필]못 / 배단영 못 / 배단영 못을 뺀다. 낡은 벽장을 수리하기 위해 못 머리에 장도리를 끼우고 낑낑거리며 못을 뽑았다. 못은 야무진 벽을 뚫고 들어가 긴 세월 동안 제 역할을 다했다. 제 크기의 수십 배, 수백 배도 더 되는 무게를 견디느라 얼마나 힘에 부쳤을까. 무엇을 얹거나 걸면 못은 무게를 견뎌..
[좋은수필]저무는 강 / 김희자 저무는 강 / 김희자 머문 듯 유유히 흐르는 강 하류에 해가 저문다. 하늘의 빛을 따라 강물의 빛도 변한다. 쪽 푼 하늘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여 붉은빛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강나루에 푸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한 순간도 멈출 수 없이 흘러온 강물은 하늘빛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
[좋은수필]등피/김희자 등피 / 김희자 산마루에 걸린 마지막 햇살을 거두고 해는 저물었다. 산장 밖 밤하늘에 손톱달이 떠 있다. 세월의 더께가 앉은 등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유리관에 둘러싸인 심지는 산장으로 드는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활활 탄다. 투명한 등피의 보호를 받으며 타오르는 불빛을 보니 아득..
[좋은수필]고치 /최해숙 고치 /최해숙 몸을 흔든다. 허공을 향해 머리를 든 채 기다란 몸을 흔든다. 마지막 잠을 자고 난 누에가 몸을 흐느적거릴 때마다 한을 쏟아내는 듯 긴긴 명주실을 내어놓는다. 망사처럼 엷은 막이 어느새 딱딱한 고치로 변한다. 누에는 자신이 내놓은 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