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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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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길거리 식탁과 꽃 한 송이 / 구 활 길거리 식탁과 꽃 한 송이 / 구 활 꽃은 먹어서 배부른 음식은 아니다. 그러나 꽃은 음식 맛을 부추기는 향료나 고명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걸 공연 예술에 대입하면 백 댄스나 배경음악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허브 식물의 꽃잎 즉 비올라, 나스터튬, 임파첸스 등을 밥 위에 얹어 꽃..
[좋은수필]질량불변의 원칙 / 구관모 질량불변의 원칙 / 구관모 어떤 시인은 '내 인생의 90퍼센트는 바람이었다' 라고 회고하였다지만 내 인생의 90퍼센트는 오기(傲氣)의 연속이었다. 20대 중반, 청춘의 샘이 용솟음치던 시절, 군에서 제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까 바로 집 앞에 구멍가게가 새로 생겼다. 그런데 그 집의 처녀..
[좋은수필]반전의 묘미 / 강철수 반전의 묘미 / 강철수 햇살이 거실에서 졸고 있는 아침나절, 소파에 모로 누워 TV를 본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푹 자고 난 것처럼 안온한 기분이다. 한데, 눈치 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부덴샤나 선상님 계십니까?” 사투리가 정겨운 어느 할머니의 음성, 아내의 세례명에 선생님이라는 존..
[좋은수필]다비장 가는 길 / 김은주 다비장 가는 길 / 김은주 길이 젖었다. 나누어준 우의는 몸속으로 들어앉지 않고 자꾸만 겉돌고 있다. 경내에 차려진 분향소에 사람이 지천이다. 생전 큰 스님의 그늘이 저리 깊었나 보다. 살아서 못다 한 설법이 이제 구름이 되어 모였다. 영정 안의 큰 스님은 평소 모습처럼 고요하다. 그 ..
[좋은수필]촛불이 있는 밥상 / 김영수 촛불이 있는 밥상 / 김영수 점심을 밖에서 먹으면 좀 나을까 싶어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자질구레한 집안일에 발목을 잡혀 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텅 빈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땐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데 주린 배를 채운다는 일이 오늘따라 ..
[좋은수필]오사카조 유감 / 전희숙 오사카조 유감 / 전희숙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만났다. 오사카조에서 근무한다는 일본 여자의 블로그였다. 그녀는 능숙한 한국말로 자신의 블로그에 오사카조 자랑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십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남편의 일로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였다. 주최 측이 제공한 호텔은 오..
[좋은수필]저녁 녘 / 이완숙 저녁 녘 / 이완숙 저녁이 산으로부터 내려오고 있다. 나뭇잎들의 푸른색은 짙은 흑색으로 변해가고 세상의 모든 것들도 아주 얌전한 빛깔들로 다독여 진다. 여름날의 저녁은 길고 길다. 천천히 오랫동안 손 흔들며 뒷걸음치는 친구처럼 서두르지 않고 가로등불이 들어올 때까지, 아이들이..
[좋은수필]P. E. N / 조재은 P. E. N / 조재은 P의 언어는 향기로워 그 향기는 현실을 잠시 잊게 했다. P의 얘기는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에 더 감미롭고 낮보다 밤에 더 잘 들렸다. 그는 감탄하거나 분노를 삭일 때,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을 때,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푸른 정맥이 드러나는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