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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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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 고수부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 고수부 지난 주 종로 2가를 지나 청계천을 건너 걸어갔다. 봄기운이 가득 찬 천변(川邊)에 젊은이들이 짝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온 천지가 단풍으로 물들여져 있다며 가을 노래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찾아 왔으니 세월이 이렇게 빠를 수가 있을까? ..
[좋은수필]버리기 / 최윤정 버리기 / 최윤정 추억 하나를 버렸다. 작은 방, 창가 옆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철제 캐비닛이 노란 딱지를 붙인 채 아파트 분리수거 함 앞에 서 있다. 이제 저 녀석은 수거자의 판단 여부에 따라 재활용 매장으로 가 새 주인을 만나거나 납작하게 짜부라져 고철로 팔려나갈 것이다. 내다버..
[좋은수필]주꾸미의 반란 / 김재희 주꾸미의 반란 / 김재희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한 사람들의 얼굴들이 희희낙락하다. 요즘 한창인 주꾸미 철을 맞아 부안 나들이를 나선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어딘가를 찾아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몇 대의 차로 끼리끼리 나누어 탄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소풍 나온 유치원생..
[좋은수필]2월이 간다 / 최민자 2월이 간다 / 최민자 창이 밝아졌다. 안개에 갇힌 듯 어스름한 시야가 선명해지고 물러 있던 산이 다가앉아 보인다. 육안으로 느끼는 빛의 감도도 나날이 조금씩 달라져간다. 지금 내 창에는 하늘하늘한 시폰 커튼만 걸려있다. 그조차 거추장스러워 양옆으로 젖혀둔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
[좋은수필]빙벽 무너져 내리다 / 윤석희 빙벽 무너져 내리다 / 윤석희 천둥소리다. 우르르 꽝 천지가 흔들린다. 따닥따닥 따발총 소리로 시작되어 점점 커지더니 집채만 한 빙벽이 무너진다. 여기저기서 우뢰가 쏟아진다. 두리번거리지만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소리의 향방을 알 수 없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저 안 깊숙한 곳에..
[좋은수필]불 / 김윤선 불 / 김윤선 그새 국이 넘쳤다. 한소끔 끓여내려고 했는데 바쁜 마음에 가스렌지의 밸브를 슬쩍 높여놓았던 게 화근이었다. 냄비 바닥을 밀고 나와 날름대는 불길이 마치 한순간도 자신에게 소홀하지 말라는 경고인 듯싶다. 불 조절이 음식 맛에 한 몫 한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좋은수필]뜰엔 햇살이 / 남영숙 뜰엔 햇살이 / 남영숙 나려드는 봄 햇살로 도시는 유월의 신부처럼 화사하다. 나의 작은 정원도 덩달아 푸르르다. 제 먼저 봄을 맞은 목련은 순결한 흰 꽃잎들을 땅 위로 떨어낸다. 그것이 신호탄인 듯 나무들은 땅 밑에서 솟구치는 봄기운을 길어 올린다. 삭정이 같던 나뭇가지들이 금세 ..
[좋은수필]기억 저편의 냄새 / 이윤경 기억 저편의 냄새 / 이윤경 마당으로 들어서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올케 언니와 어머니가 마주 앉아 전을 부치고 있었다. 큰오빠는 땀을 뻘뻘 흘려 가며 아궁이에 불을 지펴 돼지고기를 삶고 있었다. 나는 차를 몰고 읍내 방앗간에 가서 미리 맞춰 둔 떡을 찾아오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