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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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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꿈만 야무졌나요 / 박세경 꿈만 야무졌나요 / 박세경 통장이라고 하면 나는 저금통장(通帳)이나 동리 일을 보는 통장(統長)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어떤 분은 그런 것들이 아니고 사랑하는 마음을 차곡차곡 쌓는 통장이라는 것을 말하더라고요. 형식은 저금통장과 같은데 내용은 돈과 상관이 없는 것이었..
[좋은수필]인간 자라 / 임만빈 인간 자라 / 임만빈 지하철을 내리는 할머니를 보았다. 등에는 한 짐 가득 플라스틱 통들을 보자기로 싸서 지고 있다. 뒤에도 역시 많은 플라스틱 통들을 보자기로 싸고 끈으로 묶어 한 손으로 끌며 가고 있다. 짐을 끌지 않는 손은 조그만 막대 지팡이를 짚고 있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의 ..
[좋은수필]우거지 사랑 / 송미심 우거지 사랑 / 송미심 한창 붉은 꽃무릇이 지천이다. 그 꽃을 배경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 몸매 고운 아가씨도 아니고 우아한 옷맵시로 멋진 자세를 취하는 유명 모델은 더더욱 아니다. 카메라를 쳐다보며 스스로 어수룩한 모습에 쑥스러운 중년 여인은 연신 눌러대는..
[좋은수필]벽창우의 눈물 / 김인숙 벽창우의 눈물 / 김인숙 아버님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쇠죽 끓이기’이다.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은 몸이 몹시 병약하지만, 쇠죽을 끓이려고 무쇠 솥 뚜껑 여는 소리는 늘 같은 시간에 난다. 쇠죽이 끓어 김이 오르면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는데 그 냄새만으로는 음식인지 쇠죽..
[좋은수필]어머님의 사진 / 박영덕 어머님의 사진 / 박영덕 시어머님이 거처하시는 방은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사진을 필두로 5남 1녀의 결혼사진 하며, 손주들의 백일사진 등, 고만고만한 액자에 넣어져서 서열순으로 걸려 있다. 그것들은 결코 좁지 않은 방을 거의 한바퀴 둘러 있어서 보는 사..
[좋은수필]사랑하는 아들 딸아 / 전희숙 사랑하는 아들 딸아 / 전희숙 멋진 사람이 되는 비결을 아니? 무엇보다도 좋은 책을 권하고 싶다. 책에는 지혜의 지름길이 담겨있음은 물론 간혹 한 권의 책에 담긴 한 가지 생각이 네 삶에 기적처럼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 공부만으로도 바쁜 네게 이 방법이 그리쉽지..
[좋은수필]노란 머리핀 / 최호택 노란 머리핀 / 최호택 현관을 나서자 보름달이 유난히 밝고 커 보였다. 선생님 댁에서 하던 과외를 선생님이 숙직인 까닭에 학교에서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오는 길이었다. 화단에는 키가 큰 향나무를 가운데 두고, 이름 모를 꽃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따..
[좋은수필]솜이불 / 류영택 솜이불 / 류영택 베란다에 내놓은 이불을 바라본다. 겨우내 내가 덮고 자던 이불이다. 홑청이 뜯겨져 누렇게 빛이 바랜 속통에는 군데군데 얼룩이 져 보기에도 불결해 보인다. 이것을 왜 여기다 뒀지? 뚤뚤 말아놓은 것을 보니 햇빛에 말리려고 내놓은 건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이불 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