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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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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그릇 / 박종희 그릇 / 박종희 나막신인가, 아니 나뭇잎 배인가, 움푹하게 들어간 타원형의 투박한 접시에 자꾸 눈이 갔다. 앞에서 보면 나막신이고, 옆에서 보면 어릴 때 도랑에 띄우고 놀던 나뭇잎 배의 모습이다. 같이 근무하던 분이 명예퇴직하고 도자기학과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어느새..
[좋은수필]님의 침묵 / 이인숙 님의 침묵 / 이인숙 찌루 시선은 오늘도 창가에 머문다. 꼬와 나란히 앉아 있던 날이 그리운가 보다. 몸짓 작은 녀석의 뒤로 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평소 좋아하던 간식으로 달래 보지만 신통치가 않다. 혹여 마음에 병이 들지나 않을까, 친구를 그리는 목마름에 침묵의 시간이 길어..
[좋은수필]형제(兄弟) / 이종화 형제(兄弟) / 이종화 빼빼로가 나왔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다. 가자, 형은 내 손을 잡고 달렸다. 골목에는 이미 빼빼로를 손에 든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엿듣는 시늉을 하며 그 동그라미를 맴돌았다. 한참이 지났지만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
[좋은수필]신세대 쉰 세대 / 박경대 신세대 쉰 세대 / 박경대 주문한 TV가 도착하였다. 설치기사가 DVD기기와 안테나 등을 연결 시켜주고 간 뒤, 리모컨을 이리저리 눌러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시연을 할 때 잘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였다. 설명서는 글씨도 작고 두꺼워 던져 버리고 다시 리모컨으로 씨름을 하였다. 한참동..
[좋은수필]먹배 / 오세윤 먹배 / 오세윤 중국 문학기행 이틀째, 이백(李白)의 고리(故里)인 강유(江油)에서는 특히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모든 음식에 고수라는 독특한 향초가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기름끼 때문인지 느글거려서 입에 댈 수가 없었다. 여행 첫날, 성도(成都)에 머물면서 사천요리의 진수를 맞..
[좋은수필]참치의 눈물 / 조 헌 참치의 눈물 / 조 헌 드르륵 방문이 열렸다. 이마에 수건을 동여맨 덩치 큰 주방장이 도마 위에 수박만한 참치머리를 받쳐 들고 들어왔다. 잘린 부분을 밑으로 둔 채 입을 하늘로 향한 그것은 회갈색을 띠고 있었다. “오늘 회 맛은 맘에 드셨습니까? 눈다랑어 머립니다.” “아주 좋았어! ..
[좋은수필]어둠을 바라보며 / 정목일 어둠을 바라보며 / 정목일 산골의 밤은 잘 익은 머루 냄새가 난다. 덕유산 깊숙이 들어앉은 영각사의 저녁 예불이 끝날 즈음이면, 문득 하산하는 주지 스님의 장삼자락빛 산그리메……. 산그리메에 묻어 오는 머루빛 적막. 그 산그리메가 이끌고 오는, 측량할 길 없는 어둠의 밀물. 산골짜..
[좋은수필]공처가 / 류영택 공처가 / 류영택 친구들은 나만 보면 아내에게 잘 하라고 당부를 한다. 나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돌아서면 기분이 묘해져온다. 가만, 내가 언제 마누라 모르게 딴 살림을 차린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날마다 마누라를 두들겨 패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것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