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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수학이 모르는 지혜 / 김형석 수학이 모르는 지혜 / 김형석 재미있는 우화가 있다. 옛날 아리비아의 어떤 상인이 임종을 맞게 되었다. 그는 자기 앞에 세 아들을 불러 앉혔다. 그리고는 "내가 너희들에게 남겨 줄 유산이라고는 말 열일곱 필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고장의 습관에 따라 꼭 같이 나누어 줄 수는 없으니..
[좋은수필]겨울나무 / 홍억선 겨울나무 / 홍억선 어느 여류 작가가 보내온 새해 편지에 '겨울 나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열 줄 남짓한 본문에는 이런저런 덕담만 눈에 띌 뿐 어디에도 겨울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소심한 나는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굳이 왜 그런 제목을 서두에 붙였을까? 어쩌면 창 밖의 ..
[좋은수필]중절모자 / 김소운 중절모자(中折帽子) / 김소운 어리수군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나이 한 50 가량 되는 중노인 하나가 기찻간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변소에 갔다 온 틈에 그 자리를 남에게 뺏겨 버렸다. 보통 상식이면 그 자리는 당연히 그 앉았던 임자가 도로 찾을 것이다. 빈 자리에 잠시 앉았던 이도 먼..
[좋은수필]감 / 나스메 소세기 감 / 나쓰메 소오세끼 기쨩이라는 아이가 있다. 매끈한 살갖에 맑은 눈동자를 가졌는데, 볼의 혈색은 다른집 아이들처럼 생기가 없다. 언뜻 보기엔 온통 노르끄레한 느낌이다. 엄마가 너무 귀여워해서 바깥으로 놀러 나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이 집에 드나드는 미용사가 말한 적이..
[좋은수필]먼곳에의 그리움 / 전혜린 먼곳에의 그리움 / 전혜린 그것이 헛된 일임을 안다. 그러나 동경과 기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무너져 버린 뒤에도 그리움은 슬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는 새해가 올 때마다 기도 드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어떤 엄청난 일, 매혹하는 일, 한마디로 ..
[좋은수필]로사리오의 사슬 / 나가이 다카시 로사리오의 사슬 / 나가이 다카시(홍성숙역) 내가 결혼을 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삼 년째 되는 해였는데 당시 조수로서 월급이 사십 원이었다. 만주 사변 당시로 물가는 싼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사십 원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아내로부터 불평을..
[좋은수필]산새 / 나쓰메 소오세끼 산새 / 나쓰메 소오세끼 대여섯 사람이 모여서 화로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갑작스레 한 청년이 찾아왔다. 이름도 듣지 못했고 만난 적도없는 전혀 낮선 사나이다. 소개장도 없이 안내하는 사람을 통해서 면회를 청하기에 방으로 맞아들였드니, 청년은 여러 사람 앞에 산 새 ..
[좋은수필]거룩한 본능 / 김규련 거룩한 본능 / 김규련 동해안 백암 온천에서 눈이 쌓인 구슬령을 넘어 내륙으로 들어서면, 산수가 빼어난 고원 지대가 펼쳐진다. 여기가 겨우내 눈이 내리는, 하늘 아래 첫 곳이다. 이 고을 어귀에는 높고 가파른 재가 있다. 이 재를 한팃재라 한다. 이 한팃재를 분수령으로 하여 마을 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