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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분첩 / 김은주 분첩 / 김은주 분첩을 샀다. 까만 바탕에 자개가 촘촘히 박힌 분첩이다. 분첩 뚜껑을 장식하고 있는 조개껍질은 장미꽃으로 피어나 있다. 장미는 검은 뚜껑이 밤하늘이라도 된 냥 서로 줄기를 문 채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반짝이는 뚜껑을 열어 보니 케이스 가득 분이 담겨져 있다. 그 ..
[좋은수필]십구공탄 / 류영택 십구공탄 / 류영택 어둠속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조심조심 손을 움직일 때마다 작은 불빛이 점점 커진다. 참았던 숨을 내놓는 순간 십구공탄에는 보름달처럼 동그란 불이 켜진다. 식당아줌마의 연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더 용이 쓰인다. 큰일을 해낸 듯 싱긋이 웃는 아주머..
[좋은수필]한겨울에 싱건지국만 마시던 여자 / 한승원 한겨울에 싱건지국만 마시던 여자 / 한승원 한 겨울이었다. 나는 중학생이었다. 그 여자는 김 보따리를 머리에 인 채 나를 데리고 시장엘 나갔다. 하늘에는 시꺼먼 구름장이 덮여 있었다. 금방 함박꽃 송이 같은 눈이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그 여자는 김 보따리를 시장 바닥에 폈다. 김은 ..
[좋은수필]서른한번째 장미 / 손광성 서른한번째 장미 / 손광성 남대문 꽃시장에 간 것은 네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세 시면 파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리 되고 말았다. 생각했던 대로 꽃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은 뒤였다. 살 형편도 못되면서 보석가게 앞에서 공연히 서성거리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
[좋은수필]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그날 오후에는 윈톤 켈리의 피아노가 흘렀다. 웨이트리스가 하얀 커피잔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두툼하고 묵직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일 때 카탕하고 듣기좋은 소리가 났다. 마치 수영장 밑 바닥으로 떨어진 작으마한 돌맹이 처럼 그 ..
[좋은수필]뫼비우스의 띠 / 홍억선 뫼비우스의 띠 / 홍억선 "두 사람이 굴뚝 청소를 했다. 한 사람은 얼굴이 새까맣게 돼 내려왔고, 또 한 사람은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로 내려왔다. 어느 쪽의 사람이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얼굴이 더러운 사람이 씻을 것입니다." "아니다. 그렇지가 않다." "왜 ..
[좋은수필]돌할매 / 안재진 돌할매 / 안재진 집안에 큰일이 있어 모처럼 남매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날 저녁 무언가 많은 얘기가 오가더니 새벽녘에는 어디론가 길을 나서고 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지만 멋쩍게 얼버무리며 웃기만 했다. 나중 알게 된 일이지만 돌할매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좋은수필]어머니의 경배 / 정목일 어머니의 경배 / 정목일 어머니는 일생을 경배하며 보내셨다. 식구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장독대 한 켠에 정화수를 떠다 놓으시고 꿇어앉아 기도를 드렸다. 먼 길을 걸어 향나무가 있는 샘터에 가 향긋한 물을 떠와 정화수로 삼으시기도 했다. 새벽이면 어머니방에서 낭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