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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모닥불 / 백 석

 

모닥불 / 백 석

 

 

 

새끼 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삭신창도 개니빠니도 너울쪽도 짚검

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마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

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

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도

불쌍하니도 몽둥받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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