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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 시

[명시]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안도현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안도현

 

 

 

속을 보여주지 않고 달아오르는 석탄난로

바깥에는 소리 없이 내리는 눈

철길 위의 기관차는 어깨를 들썩이며

철없이 철없이도 운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사랑하는 거니?

울어야 네 슬픔으로 꼬인 내장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니?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단 한 번 목슴을 걸 때가 있는 거다

침묵 속에도 뜨거운 혓바닥이 있고

저 내리는 헛것 같은 눈, 아무것도 아닌 저것도

눈송이 하나하나는

제각기 성처 덩어리다. 야물게 움켜쥔 주먹이거나

문득

역 대합실을 와락 껴안아 핥는 석탄난로

기관차 지나간 철길 위에 뛰어내려 치직치직 녹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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