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세상/좋은수필 2

[좋은수필]좋은 글, 좋은 친구 / 정임표

좋은 글, 좋은 친구 / 정임표

 

 

 

좋은 글을 만나면 마치 좋은 친구를 만난 듯하다. 좋은 글을 읽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작가에게 친근감이 느껴지고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지는 것도 좋은 글이 좋은 친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란 어떤 사람인가? 깊기는 바다 속 같고, 맑기는 숲속에 이는 바람 같고, 따스하기는 어미 닭의 날개죽지 같고, 겸손하기는 커다란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다.

좋은 친구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시끄럽지 않다. 자신을 내세우거나 꾸미지 않는다. 받고자 하는 마음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이 앞선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고, 담담하면서도 정겹다. 그 향기는 떨어져 있을수록 더욱 더 맑아진다. 그 맑음 때문에 먼 곳에 있는 친구를 마다 않고 찾아간다.

글에도 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있다. 좋은 책을 손에 잡으면 그 속에서 그윽한 향기가 피어나와 밤을 새워 가며 읽도록 만든다. 그래서 좋은 책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인터넷을 뒤져서까지 주문을 하고는, 오늘 오는지 내일 오는지 기다려지는 것이다. 좋은 친구는 헤어지자마자 그리워지고, 좋은 글은 읽고 나서 또 다시 읽는다. 그 향기를 못 잊는 탓이다.

나무의 향기는 꽃에서 나고, 사람의 향기는 정(情)에서 나고, 글의 향기는 문장에서 난다. 좋은 책을 읽다보면 문득 좋은 친구가 생각나서 읽고 난 뒤 그 책을 보내고 싶어진다. 우정이나 문정이나 그 바탕이 같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