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주는 글 / 정목일
나는 마음에 드는 글을 써보고 싶다. 글쓰기는 마음과의 대화가 아닐까. 마음은 나와 동일체이지만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여야 마음도 그러하다. 어떨 때는 마음과 내가 동떨어진 사이처럼 느껴진다. 마음이 이방인처럼 여겨진다.
글쓰기는 독자에게 인생의 발견과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바램일 수 있지만, 먼저 마음과의 소통을 원한다. 마음에 묻은 집착, 이기려는 때와 분노, 억울함, 수치 같은 얼룩, 어리석음이라는 먼지를 어떻게 씻어내고 닦아낼 수 있을까.
마음속에 샘을 하나 파두어서 마음을 청결히 닦아낼 수 있을까. 마음의 샘가에 향나무 한 그루 심어 놓고 싶다. 글쓰기는 마음을 닦아내어 편안을 되찾고 맑은 샘물을 솟아나게 하는 일이다.
지식과 정보보다 체험과 자연에서 발견하고 얻은 교감과 영성에 더 끌려든다. 못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의 영혼과 대화하고 싶어진다. 꽃들을 좋아하지만 장미, 모란, 연꽃, 국화, 난초, 매화 등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들 이외에 이름 한 번 불려보지 못한 산야의 풀꽃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내 마음엔 때와 얼룩과 먼지만이 아니라, 한(恨)이라는 못과 후회, 수치, 거짓, 부정 같은 상처와 갈등의 어지러움이 뒤범벅이 되어 있다. 오래 동안 가슴에 안고 있던 부끄러움을 하나씩 벗겨내고 싶다. 마음속에 묻혀있는 상처와 속죄하지 못한 잘못을 용서받고 싶다. 토로와 고백을 통해 마음의 못을 뽑아내고 얼룩을 씻어내 온화한 얼굴로 돌아가고 싶다. 수필쓰기는 진실의 고백이요 순수의 토로이어서 마음을 씻어내고 치유하는 가장 좋은 처방전이 아닐까 한다.
수필쓰기는 제일 먼저 마음에 알리는 글이다.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먼저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찌 독자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을 것인가.
마음속에 종을 하나 달아두어서 울려 보고 싶다. 어느 날 수필교실에서 ‘종소리’에 대한 수필을 들려주고 감상을 물었더니, 20대의 수강생이 ‘한 번도 종소리를 듣지 못해 실감하지 못한다.’는 대답이었다. 놀라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 동안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세대차에 따라서 체험의 미공유가 소통을 가로막고 있음을 깨달았다. 요즘 아이패드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세대와 노년층과의 체험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는 종소리 같이 긴 여운으로 마음으로 흘러드는 울림과 여운을 남기는 문장을 써보길 원한다.
수필쓰기는 궁극적으로 인생완성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토로를 통한 고백과 성찰과 반성, 인생의 발견과 의미 부여를 통한 깨달음, 의미 있고 가치로운 인생길을 가르쳐 준다. 인간은 불안하고 미완성적인 존재이기에 ‘완성’에는 이룰 수 없겠지만 저마다 생각하는 완성에 가깝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수필쓰기는 마음을 씻어내므로 부정, 불안, 욕망, 불신, 걱정, 한(佷)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맑음을 되찾게 해준다. 권력자나 부자라 할지라도 마음이 불안하고 어지럽다면 결코 행복하다 할 수 없다. 비록 가난하고 알려지지 않은 농부나 수필가이지만 마음이 깨끗하고 편안하다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독자가 없다면 글쓰기는 무용지물이다. 내 마음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글을 쓰고 멈출 수가 없다. 애써 명분을 빚어 세인들의 가슴을 울일 수 있으면 보람이지만, 독자가 없을 지라도 마음과는 소통할 수 있고, 독자와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수필을 쓴다.
수필쓰기는 인생길을 가는 길잡이이다. 금아 피천득 선생은 “나는 50대에 절필하였으니, 정 선생은 오래도록 좋은 글을 남기시오.”라는 말을 남기셨다. 금아 선생의 절필 이유는 ‘그 전의 작품보다 더 잘 쓸 수가 없으니 쓸 이유가 없다’는 답변이었다. 나는 작가라면 자신이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가의 사명이란 글쓰기이고 생존의 의미이다.
나는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싶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쓰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마음에 쏙 드는 글을 한 편이라도 남겨놓을 수 있을까. 마음의 연마가 부족하고 마음의 정화가 모자람을 절감한다. 마음의 경지가 신통찮아서 마음을 열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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