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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3

[좋은수필]애프터서비스 / 노덕경

애프터서비스노덕경



 

   해마다 꽃피는 봄이면 고향에서 초등학교동기회가 열린다. 만나면 소년시절로 돌아가 교정에서 뛰놀던 추억을 회상한다. 여학생들의 고무줄 끊은 이야기, 선생님께 회초리 맞은 이야기, 청운의 꿈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객지에서 고생한 이야기, 짝을 만나 둥지를 튼 이야기, 고슴도치 자식들 자랑으로 술잔을 부딪치며 밤을 지새운다.

   인생 나이테가 망팔望八로 접어들자, 동기생들이 줄어든다. 울창하던 나무가 계절의 변화에 어쩔 수가 없어 하나 둘 낙엽이 되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갔다는 전갈傳喝이다. 다른 친구들은 몸이 불편하여 집과 병원에서 요양한다는 소식이고, 참석한 친구들도 해마다 몸이 다르다고 엄살이다.

   사업이 잘되어 큰소리를 치던 친구가 올해는 빠졌다. 한 잔술에 기분이 좋아지면 엽전꾸러미 자랑하고 차기 회장하겠다고 호기를 부리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젊어서 전자대리점을 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소비가 새처럼 하늘을 날았고, 친구와 아내는 돈을 버느라 새벽에 출근하여 밤에 별보고 퇴근했다. 현금거래 할 때라, 집으로 돌아갈 때 쌀 포대에 돈을 담아와 지겹도록 돈다발을 묶었다고 했다.

   자식들은 가정부에게 맡겨 밥이나 먹는지, 등교나 하는지. 숙제를 하는지, 자식들의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맏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선생님의 면담 요청이 왔다. 학교에서 사고를 친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하며 갔는데, 아들의 진학문제였다. 전문대학에도 못가는 수준의 성적이라 했다. 친구들의 자식은 일류대학에 들어가는데, 늦게야 현실을 인정하고 족집게 과외 선생을 만나 겨우 지방대학에 턱걸이로 입학했다.

   졸업하면 일류회사에 신사복입고 책상에서 펜대 굴리며 살기를 원했었다. 그러나 수십 군데 지원서를 내도 떨어졌다. 이웃에 부끄럽고 미안하여 지인소개로 중소기업에 들어갔는데 적응을 하지 못해, 6개월을 못 버티고 비전이 없다며 뛰쳐나왔다.

   애비 노릇하느라 어쩔 수가 없어, 대리점 사업을 물려주고 결혼시켜 아파트도 사주고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은 물려받은 대리점을 3년도 못가고 부도를 냈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과 경쟁에서 결국 손을 털게 되었다. 대리점과 아파트까지 부동산경매로 넘어가 며느리와 손자들이 길거리로 나않게 되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눈물을 머금고 빚을 변제하고 보니 노후의 생활비가 날아가 버렸다.

   이제껏 가장으로 처자식을 위해 한 평생 고생했는데, 자식 때문에 삶의 나락奈落으로 떨어져 버렸다. 또다시 늦게 생활비 때문에 아파트 경비하려 나간단다. 요즘 부부간에 서로 자식 잘못 키웠다고 탓하고 싸움이 잦다고 했다.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목숨을 걸고 보호한다. 쓴 것은 내가 삼기고 단 것 먹이고, 진자리 내가 눕고 마른자리 뉘고, 더러운 것 씻어주고, 젖과 밥으로 보살펴 주고, 자식위해 무엇이든 다하며 키웠다.

   기성세대는 가난하고 어려울 때 태어나 의식주해결에 몸을 던졌었다. 가장인 남자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었다. 이제, 노후에 편히 쉬고 싶은데 자식들이 등을 기대며 뒷바라지를 바란다. 여자들도 매운 시집살이 감당하며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 편할까 싶은데, 자식들이 맞벌이 한다며 손주 봐달라고 매 달린다. 자식에 매여서 살림 살아주느라 꼼짝없이 몸이 망가졌다. 몇몇 동기는 아직도 손주 보느라 부부가 떨어져 살고 있다. 부모에게 죄가 있다면 자식을 생산한 죄다.

 

   모든 공공건물, 아파트, 구축물, 선박, 자동차, 가전제품 등 생산품에는 A/S 책임기간을 의무화하고 유효기간이 있다. 부모가 자식에 대한 뒷바라지도 20세 이내로 한정하자.

   선진국은 자녀들의 자립심을 위해 돈의 소중함을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 심부름하고, 접시 닦고, 청소하고, 잔디를 깎는 등 노동을 시켜 땀의 대가를 주급 또는 월급으로 통장에 넣어주고 돈을 절약하며 운용運用하는 습관을 기르고 노동의 소중함을 가르친다. 18-20세 성년이 되면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 가정에서 독립한다.

   언제나 자식을 품안에 안고 있을 것이 아니라, 성년이 되면 넓은 세상에 날려 보내야 하고, 자식은 부모를 떠나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직업을 선택하고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

   성년 20세가 되면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고 부모로부터 자립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직업을 결정하고 대학진학하면 입학금만 주어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로 공부하고, 기술이나 예술, 등 다른 방면을 원하면 직업학교에 들어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건전한 한사람의 사회인으로 밝게 살아갈 것이다.

   ‘농사 중에 자식농사가 으뜸이라는 소리가 있고, 그만큼 마음대로 안 되고 잘 키우기가 어렵다는 소리고, 노후에 자식한테 돈을 안주면 맞아죽고, 반 만주면 졸려죽고, 다주면 굶어죽는다는 항간의 웃음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