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2 (99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인생시계 / 김제숙 인생시계 / 김제숙 인터넷 주문으로 책을 샀더니 인생시계라는 것이 선물로 함께 왔다. 사람의 일생을 팔십 년으로 가정하여 스물 네 시간으로 나눈 것이었다. 스프링으로 마무리한 수첩모양인데 일 년에 한 장씩 넘기게 되어있다. 내 인생시계는 몇 시일까? 여러 장을 넘기고서야 지금 .. [좋은수필]사막에서 버티기 / 허창옥 사막에서 버티기 / 허창옥 그 여자는 키가 작다. 150cm나 될까한 작은 키에 오동통하다. 부스스한 파마머리에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맑고 큰 눈이 빛나고 있어 예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시사철 입고 있는 짙은 녹색 앞치마에는 노란 몸과 까만 눈, 갈색 귀를 가진 헝겊 곰이 아플.. [좋은수필]떡국 / 강호형 떡국 / 강호형 나는 본래 떡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월 초하루-하얗게 눈도 쌓여 눈이 부신 아침에, 잘 닦아 번쩍이는 놋대접에 담아 갖가지 고명을 얹어 내는 떡국도 보기는 좋았지만 왜 그런지 당기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걸 먹지 않으면 나이 한 살을 못 먹는다는 바람에 억지로 먹곤 .. [좋은수필]못갖춘 마디 / 윤미애 못갖춘마디 / 윤미애 그분이 오셨다. 섣달 열여드레 시린 달빛 받으며 오신 모양이다. 서걱대던 댓잎도 잠든 시각. 제주가 위패에 지방을 봉하자 열린 대문사이로 써늘한 기운 하나가 제상 앞에 와 앉는다.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망설이다 들어온 걸음일까. 촛불은 병풍에 두 남자의 실루.. [좋은수필]그때가 좋았어! / 이종전 그때가 좋았어! / 이종전 머리를 이발사에게 맡기고 앉았다. 때가 때인 만큼 설에 관한 이야기가 이발사와 종업원들 사이에 오가기 시작했다. 이발사가 “옛날이 좋았지!”했다. 그 말에 한 종업원은 동조를 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 한 사람이 “옛날이 뭐가 좋았냐! 난 지금이 좋다.” .. [좋은수필]미운 안경 / 김민자 미운 안경 / 김민자 오늘은 절에 가는 날이다. 남편은 절에만 가면 무엇 하느냐? 심보 하나 고치지 못하는데. 등 뒤에 대고 따끔한 법문을 해댄다. 마음 청소하러 가요, 심보 고치려구요. 톡 쏘아부치고 나서 후회한다. 기도하고 마음 다스리는 좌선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당신 미워하지 않.. [좋은수필]물소리를 들으며 / 허창옥 물소리를 들으며 / 허창옥 혼자 앉아서 물소리를 듣는다. 그 시원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물은 눈앞에서 두세 번 꺾이며 떨어져서 소(沼)에 잠긴다. 영국사 가는 길, 숨이 찰 즈음에 삼단폭포를 만났다. 폭포는 높지 않고 물줄기도 새지 않다. 마찬가지로 소도 둘레가 크기 않고 깊이도 얕.. [좋은수필]젓갈 예찬 / 정호경 젓갈 예찬 / 정호경 ‘젖’은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애가 꼬막손으로 미래의 꿈을 주무르며 빨아먹는 사랑의 밥인가 하면, ‘젓’은 나이가 든 어른들이 밥숟가락에 얹거나 걸쳐서 먹는, 짜고 고소한 감동의 반찬이다. 이와 같이 ‘젖’과 ‘젓’은 맞춤법과 뜻과 정서가 각각 다른데도 우.. 이전 1 2 3 4 5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