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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상/좋은수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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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바다로 간 인어 공주 / 문춘희 바다로 간 인어 공주 / 문춘희 인어 공주는 마녀를 찾아갔어요. "이 꼬리 대신 다리를 갖게 해 주세요." "그러면 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게 주어야 한다. 만약 왕자와 결혼하지 못하면 죽어서 거품이 되고 말아. 그래도 좋으냐?" "네, 왕자님만 볼 수 있다면……." 여기까지 읽었는데도 아들..
[좋은수필]떠나는 것들의 그 뒷모습 / 정호경 떠나는 것들의 그 뒷모습 / 정호경 아무리 절세의 미인이라 하더라도 떠나는 사람의 그 뒷모습은 참 슬프다. 얼른 보기에 얼굴 생김이 별 것 아니어서 다음에 확답을 하겠다고 말했더니 벌떡 일어나 바바리코트를 펄럭이며 떠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이 하도 멋져 보여서 결혼을 승낙했다는..
[좋은수필]뫼비우스의 띠 / 이은화 뫼비우스의 띠 / 이은화 보일러 수리를 위해 기사를 불렀다. 약속 시간을 훌쩍 넘겨 도착한 기사는 앞집의 수리가 길어져 시간이 늦었노라 했다. 보일러 배관상태를 살펴보던 청년기사는 주방과 거실을 부지런히 오가며 보일러 수리를 끝냈다. 밖의 추운 날씨를 생각해서 차를 한 잔 건넸..
[좋은수필]까치 / 김선화 까치 / 김선화 스산한 날씨 탓인가. 까각 까각 까까…. 산본역 앞 단풍나무 가지에 올라앉은 까치 한 마리가 고독해 보인다. 힘차게 우짖지 않고 한 차례씩 까~까~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며칠 전 마음 맞는 지인과 맞닥뜨린 한적한 풍경 속의 까치 한 쌍은 푸드득 날아오르는 모..
[좋은수필]3번과 4번 / 강호형 3번과 4번 / 강호형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는 옛 시조 가락은 인간의 능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잠꼬대였다. 우거진 잡초 덤불 속에 철새가 깃들거나 모래 먼지만 흩날리던 황무지-. 강남이 사천 년 긴 잠에서 깨어나 바야흐로 ‘8학군’의 위용을 갖춰가고 있던 시절이..
[좋은수필]내 이웃의 예술가를 위하여 / 이오라 내 이웃의 예술가를 위하여 / 이오라 퇴근을 해 집에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낯선 여자 목소리. 내 앞으로 부쳐온 책이 자기네 주소로 왔다는 것이다. 수신인 확인도 안 하고 우편물을 뜯었는데 다행히 책 뒤쪽에 필자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어서 연락을 했단다. 저녁 준비에 한창 ..
[좋은수필]욕망의 두 얼굴 / 주연아 욕망의 두 얼굴 / 주연아 욕망은 야누스와 같이 앞뒤가 다른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욕망이 아장아장 두발로 땅 위를 걸어 갈 때 우리는 그것을 미덕이라 부른다. 일상에 필요한 긴장감과 다 나은 미래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우리는 성취욕 또는 야망이라 일컫는 적당한 욕망을 ..
[좋은수필]거리에서 / 안재진 거리에서 / 안재진 나는 가끔 거리를 쏘다닌다. 무슨 목적이나 이해가 있어 나다니는 게 아니라 정신질환자가 할 일 없이 다니는 것처럼 텅 빈 마음으로 걸을 때가 많다. 그렇게 한참 동안 걷다보면 때로는 내가 보이고 세상이 보일 때가 있다. 젊었을 때는 거울 속에서만 나를 볼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