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2 (99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졸업 / 홍억선 졸업 / 홍억선 아들은 서울로 가겠다고 했다. 두어 학기 졸업을 미루면서 취업 준비를 했건만 여의치 않았던지 무작정 올라가 보겠다고 했다. 아직은 바람 끝이 매섭다고, 앞산마루에 잔설이 저렇게 남았다며 아내는 짐을 싸면서 눈물을 찍어냈다. 나 역시 무연한 척 짐짝 하나를 받아 들.. [좋은수필]대게 한 마리 / 류영택 대게 한 마리 / 류영택 자영업을 하는 나는 퇴근시간이 따로 없다. 해가 저물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면 집으로 간다. 요즘은 귀가 시간이 더 늦어졌다. 물론 해가 길어져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승용차 대신 자전거로 통근을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출근을 해도 가게에 도착하는 시.. [좋은수필]얼었다 녹더라도 / 곽흥렬 얼었다 녹더라도 / 곽흥렬 고구마처럼 간수하기가 까다로운 식품도 드물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 거두어들여 웬만큼 단단히 갈무리를 해 두지 않으면, 이듬해 봄에는 아예 먹을 생각을 말아야 한다. 저 머나먼 남쪽 지방이 그의 고향인 탓일까, 열사의 나라에서 시집을 온 아낙처.. [좋은수필]백 전 백 패 / 노정애 백 전 백 패 / 노정애 결혼 22년이 넘었다. 부부간의 전쟁을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승리한 이야기가 좋다고 했다. 진 기억만 있다고 했더니 시간 있으니 싸워서 이기고 쓰면 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승리는 무슨 비기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 [좋은수필]달려라 장여사 / 박소현 달려라 장여사 / 박소현 책상 서랍 속 작은 상자 안에 숨어 수줍게 얼굴 내미는 하얀색 봉투 하나. 빛 볼 날을 기다리는 빳빳한 오만 원권 20장과 함께 서투른 글씨로 봉투 위에 꾹꾹 눌러 쓴 어머니의 짧은 편지. ‘작지만 학비에 보태 써라. 장하다 우리 딸, 내가 다 조야되는데….’ 울컥, .. [좋은수필]몽돌발이 / 이원길 몽돌발이 / 이원길 호롱 속에 고향이 들어있다. 내가 놀았던 동계수 그 명랑한 여울물과 구름들 드넓은 논밭을 호롱도 보았고, 내가 젊은 부모님, 처녀 적의 누나들과 자라 등만한 초가 울타리 안에서 맴돌았던 푸른 시절을 이 호롱도 함께 지냈다. 또 옛날을 그리는가. 깜박깜박, 거실 진.. [좋은수필]걱정도 팔자인가 / 정호경 걱정도 팔자인가 / 정호경 퇴직 후 서울에서 남의 고향인 이곳으로 몰래 살러 왔으니 이는 흔히 말하는 귀향(歸鄕)도 낙향(落鄕)도 아닌 도향(盜鄕) 혹은 잠향(潛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의 고장에 말도 없이 숨어들어와 제 잘난 척하다가 자칫 눈에 거슬리는 날에는 이 고.. [좋은수필]눈길 / 김선화 눈길 / 김선화 길은 희망의 끈이다. 무한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앞길 저만치에는 신비의 요체가 기다릴 것만 같다. 그래서 가다가 멈추어서면 그 다음 길에 대한 궁금증에 몸살을 앓기도 한다. 대로에서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어쩌다 소로(小路)에 들어서면 그 길의 방향이 어디.. 이전 1 2 3 4 5 6 7 8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