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2 (99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파란 대문 / 심선경 파란 대문 / 심선경 헐거운 나무 대문이 삐걱거린다. 군데군데 나뭇결이 쩍쩍 갈라져 성긴 틈사이로 바깥 풍경이 수시로 드나든다. 조심스럽게 여닫지만 대문은 항상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었다. 문간방 아이는 바깥출입을 할 때마다 주인집 눈치가 보였다. 셋방 구할 때 아이들 숫자가 많.. [좋은수필]어떤 동거 / 손금희 어떤 동거 / 손금희 며칠 전 이웃으로 지내던 지인이 돌로 만든 호랑이 한 마리를 안고 찾아왔다. 낡은 집을 헐고 집을 짓는 일터에서 집주인이 두고 간 것이라 하였다. 건강이 좋지 않아 어머니 혼자 시골에 가신 것을 아시고는 아파트보다 시골농장에 어울릴 것 같아 챙겨 왔다고 하였다... [좋은수필]동아(冬芽) / 김희자 동아(冬芽) / 김희자 엄동설한에 웬 꽃망울인가 했다. 극락교 아래로 흐르던 개울물도 꽁꽁 언 겨울이라 처음에는 의아했다. 갸름하게 나온 순을 보고 철 이른 꽃대라고 코웃음을 쳤었다. 나무에 바투 다가서니 꽃대가 아니라 겨울눈이었다. 나무도 겨울에는 춥다. 절집 마당에 서서 독야.. [좋은수필]이제는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 / 박규환 이제는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 / 박규환 여러 해 전에 나는 <아직도 봄을 기다리며> 라는 어설픈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그때라고 내가 무슨 봄을 기다려 애탈만큼 염치있는 모든 조건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때도 이미 칠순을 넘긴 노인이었으니 요즘 자주 쓰이는 말을 .. [좋은수필]싸락눈 오던 날 / 정태헌 싸락눈 오던 날 / 정태헌 아슴아슴하련만, 상기도 그날은 눈에 선하기만 하다. 그날, 꼭두새벽에 잠이 깼다. 아내의 뒤척임 때문이었다. 전날 초저녁부터 배가 아프다더니 산기가 돌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기척에 아내는 견딜만 하다며 손짓으로 말렸다. 무심히도 남.. [좋은수필]여백(餘白) / 권중대 여백(餘白) / 권중대 사람들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소유하기 위하여 모든 힘을 기울이면서 사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없어서 좋은 것도 있다. 바닷가에 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한 수평선을 바라보자.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을 바라보.. [좋은수필]아버지의 배코 / 박용수 아버지의 배코 / 박용수 "뭣하시게 또, 쟁기를 손보세요?” “녀석아, 넙죽 절은 못할망정, 괄시허냐, 요것 窪었으면 지금 너희들도 窪어!” 우리에게 분필만큼이나 당신께는 이 쟁기가 전부였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를 반강제로 끌고 나왔다. 매번 이런 저런 일로 .. [좋은수필]감은사지에 핀 사랑 / 전미경 감은사지에 핀 사랑 / 전미경 이른 아침의 감은사지는 고요에 갇혀 있었다. 소리 없는 외침만이 정적을 흔들어 깨우는 아담한 곳이었다. 잠시 뒤 동해의 일출은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더니 석탑을 비추었다. 햇살은 갈라진 틈새까지도 파고들었다. 감은사지는 비어 있으나 비어 있지 않은 .. 이전 1 ··· 5 6 7 8 9 10 11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