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상/좋은수필 2 (999) 썸네일형 리스트형 [좋은수필]깃발 / 김상립 깃발 / 김상립 젊은 날, 내 고향을 찾아 가던 길은 언제나 고생이었다. 타향살이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가 용케 기회를 잡으면 뛸 듯이 기뻐서 고향으로 달려 갔지만 현실 속에서는 너무도 먼 길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밤을 꼬박 세워, 그나마 좌석이 없으면 벽에 기.. [좋은수필]남편의 가방 / 백정혜 남편의 가방 / 백정혜 안방 문갑 사이에 검정 가방 하나가 이 년째 놓여 있다. 부피나 높이가 그 공간에 꼭 맞아 오래 전에 자리잡은 집기처럼 느껴진다. 눈여겨보는 이라면 목각이 세미한 가구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내방한 손님이 거치적거릴 것을 염려해 .. [좋은수필]멀리 가는 물 / 정성화 멀리 가는 물 / 정성화 강이 흐르는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강에서 낚시를 하는 동안 나는 망초꽃이 핀 강둑에 앉아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내려다보곤 했다. 그러다 심심하면 도시락을 쌌던 종이로 작은 배를 접어 강물에 띄웠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종이배는 신이 .. [좋은수필]촉 / 윤명희 촉 / 윤명희 절대 아니라고 한다. 사람 살아가는 일에 절대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데도 그 말을 거듭 하고 있다. 그는 평소에 차라리 부러졌으면 졌지 휘지는 않는다며 마치 자신의 성격을 자랑처럼 이야기 했다. 되돌릴 생각이 전혀 없는 그 말은 화살이 되어 내게 날아온다. 소통되지 .. [좋은수필]여수(旅愁) / 신복희 여수(旅愁) / 신복희 영국 가곡 ‘여수(Dreaming of home and mother)’를 들으면 가 본 적 없는 고향이 떠오른다. 애달픈 가락 속에서 떠올리는 마을은, 시대적 지리적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이다. 그곳에는 또 계절이 없다. 시간이 흘러도 숲엔 언제나 가을이 내려와 물들어 있고 밤낮 없이 달빛이 .. [좋은수필]구룡포의 가을 / 하정숙 구룡포의 가을 / 하정숙 구룡포의 가을은 하얀색이다. 농촌의 가을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노란색이고, 산촌의 가을이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색이라면 구룡포의 가을은 오징어의 속살이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색이다. 동해안을 잇는 7번 국도를 살짝 벗어나 포항에서 울산으로 가는 31번 국도.. [좋은수필]해당화(海棠花) / 임만빈 해당화(海棠花) / 임만빈 큰길을 벗어나 강구 시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 열어놓은 창문 틈을 통해 대게 찌는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차 안으로 스며든다. 코는 그 냄새들을 맡더니 금세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혼란스러워한다. 좁고 굽은 길을 따라 해맞이 공원 쪽으로 달린다. 길 군데 군데 .. [좋은수필]나는 가짜가 싫다 / 정임표 나는 가짜가 싫다 / 정임표 시장에서 과일을 사올 때가 있다. 잘 생기고 빛깔이 좋은 놈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면 속에는 겉과 다른 맛이 없는 잔챙이가 담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딸기나 복숭아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워낙 생물인지라 손님이 그 속을 헤집어 볼 수가 없으니 그..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