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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수필]피딴문답(皮蛋問答) / 김소운 피딴문답(皮蛋問答) / 김소운 “자네, ‘피단’ 이란 것 아나?” “‘피딴’ 이라니, 그게 뭔데…?” “중국집에서 배갈 안주로 내오는 오리알 말이야. 피딴이라고 쓰지.” “시퍼런 달걀 같은 거 말이지, 그게 오리알이던가?” “오리알이지, 비록 오리알일망정, 나는 그 피딴을 대할 때..
[좋은수필]구상 시인의 모자 / 구 활 구상 시인의 모자 / 구 활 구상 시인에게는 항상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에 처음 뵈었기 때문이리라. 시인에게서 가을 외에는 다른 계절의 이미지는 느낄 수가 없다. 가을 남자. 그래. 뭔가 조금은 쓸쓸하고 만남 보다는 떠남이 좀 더 어울리는 그런 남자가 구상 시인이다. 시인을 처음 뵌 ..
[좋은수필]겨울 툇마루 / 박혜숙 겨울 툇마루 / 박혜숙 수필문학회 행사가 있었던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시집 한권을 선물 받았다. 목소리 낭랑한 김 선배가 그 중 한 권을 골라 읽는데 주제가 무겁다. 이런 좋은 아침에는---. 눈은 목차를 훑는다. '칼' 이라던가 '작살' 이라는 ..
[좋은수필]헤르만 헤세 선생님께 / 허창옥 헤르만 헤세 선생님께 / 허창옥 문화예술회관 계단을 뛰어오르면서 제 가슴은 마구 뛰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대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지역에서 선생님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전시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갈래머리 소녀가 되어 한스와 싱클..
[좋은수필]아름다운 간격 / 정목일 아름다운 간격 / 정목일 깊은 산 중의 고찰에 가보면, 예전에 없던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옛 것과 새 것이 뒤섞이고 건물들의 간격이 좁아졌다. 건물의 배치는 여러 측면을 살폈을 것이다. 건축이나 그림을 그릴 때에 적용되는 황금 비례를 염두에 둠은 물론이요, 건물..
[좋은수필]고모부 / 목성균 고모부 / 목성균 어느 해, 첫추위가 이는 날 해거름에 고모부가 오셨다. 눈발이 산란하게 흩날리는 풍세(風勢) 사나운 날이었다. 튀장 냄새 가득한 방안에 식구가 다 모여서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우수수 울타리를 할퀴고 가는 매운 바람소리와 하등 상관없이, 단촐한 식구들과 새로 담은..
[좋은수필]모자 / 정혜옥 모자 / 정혜옥 긴 여행을 계획한 우리는 이틀 전에 취리히를 떠나 제네바에 도착했다. 루체른, 몬테럭스 등의 호반 도시의 인터라켓, 스핏스 등의 산간 도시들은 알프스의 산과 함께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여행 도중 잠시 머물렀던 루체른에서 유명한 카펠 목교를 건너가기 전 어떤 상점..
[좋은수필]회전문 / 염정임 회전문 / 염정임 거리에 나가 보면 모든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걸어도 될 거리를 자동차를 타고 가고, 계단을 두고도 에스켈레이터를 사용한다.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바쁘게 서두르는지...... . 나는 워낙 상황에 대한 판단이 느리고 운동 신경이 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