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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수필]빗소리 빗소리 / 정목일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섬돌 앞의 땅이 젖는다. 나무들이 젖고 산이 젖는다.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지가 20년쯤이나 돼 비의 음향을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양철 지붕에 토닥토닥 부딪치는 소리 속엔 잊어버렸던 말들이 웅얼웅얼 소곤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
[좋은수필]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권화송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권화송 현대 불교의 큰스님이신 성철 스님이 자주 쓰시던 법어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이다. 유명한 스님이 자주 쓰시는 까닭으로 이 법어가 마치 불교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었다. 이 법어로 하여 불교가 대중화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다..
[좋은수필]만년필/무라카미 하루키 만년필 / 무라카미 하루키 만년필 가계는 큰길에서 두어 골목 안으로 들어간, 허름한 상점가의 한가운데쯤에 있었다. 출입구에는 유리문 두짝만한 간판이 나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문패 옆에 ‘만년필 맞춤’이라고 조그만 글씨로 씌어 있을 뿐이다. 유리문은 끔찍하게도 아귀가 뒤..
[좋은수필]만 가지 걱정/조재환 만 가지 걱정 / 조재환 내가 못났지만 그래도 글 쓰는 사람이라고 친구가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맞지 않을 문맥이나 좀 고쳐달라면서 보내 온 글은 “처형에게”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쓰여 져 있었다. “우리부부가 비록 초혼에는 실패했어도 새로운 행복을 꿈꾸며 재혼을 했습니다. 그..
[좋은수필]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권화송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 권 화 송 ‘친한 사이에는 여수하지 말라’고 한다. 친한 사람일수록 어려울 때 상부상조하는 것이 도리인데 여수하지 말라니? 아무리 친해도 돈을 그저 줄 수는 없는 일, 빌린 쪽에서 생광스레 잘 쓰고 원금을 갚으면 문제는 없지만 사람 마음이 화장실 갈 때 다..
[좋은수필]문신/노경애 문신 / 노경애 아침에 눈을 뜨면 이층집 창문을 바라보며 하루일과를 시작했었다. 그러면 어김없이 새댁은 음악을 틀어놓고 잠옷을 입은 채 부스스한 얼굴로 창문을 열고 우리 집을 향해 이불을 털어댔었다. 방망이로 툭툭 이불을 털 때마다 먼지가 죄다 우리 집으로 날아와 여간 신경이 ..
[좋은수필]터널/임정희 터널 / 임정희 고속도로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터널 속으로 빨려든다. 터널 속 전등불빛이 허공으로 뻗은 레일처럼 나와 함께 평행선으로 달린다. 얼마 후에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보면 분명히 미래로 가고 있다. 왼쪽 차선으로 달리는 머리 위의 불빛은 현재의 길이요 오..
[좋은수필]아침형 인간 / 성병조 아침형 인간 / 성병조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침형 인간이다. 그것도 보통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아침형이 아니라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좀 유별난 아침형 인간이다. ‘새벽 네 시 기상, 화장실, 세차, 조깅, 신문 읽기나 독서, 아침밥 준비, 세면, 식사, 출근...’ 아마도 저녁형..